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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9. 09:00 - 독거노인

[인도 코치] 수요일


아침에 눈을 뜨는데 몸이 무겁다. 무나르는 코치보다 시원해서 잠자기는 좋은데, 역시 침대가 문제다. 몸은 무거워도 그냥 일어나는데로 나와서 챠이를 한잔 마시러 가게로 간다. 인도에서 가장 싸면서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챠이. 아무리 더워도 마시게 되는 중독적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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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고 어제 아침에 올랐던 차밭의 건너편 쪽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도로변을 조금 걷다가 어느 집 앞마당을 거쳐서 뒤로 돌아가니 차밭길이 나온다. 차밭길은 생각대로 차밭 능선을 타고 넘어간다. 능선을 넘어서니 다른 능선에서 차 수확하는 모습이 보인다. 마침 차 수확하는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무나르 떠나기 전에 선물을 주는구나. 


차 수확하는 곳으로 가니 내가 생각한것처럼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는게 아니고 도구로 대충 대충 잘라내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저가의 차 수확을 하는 모양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사진 한장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이 승낙을 한다. 어떤 아주머니 한분만 거절하신다. 차 수확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힘겹다 못해 처연해 보인다.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이 맨발로 차밭을 누비고 있고 자기 힘으로 들지도 못할 정도의 차주머니를 남자의 도움을 받아서 머리에 이고 차를 수집하는 차가 있는 곳으로 간다.


차 수확하는 모습을 보고 숙소앞으로 걸어와서 쨔이와 튀김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다. 이제 무나르를 떠날 시간이다. 짐 정리하고 숙박비 지불하고 나오니 뒤에서 부른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니 500루피를 덜 줬단다. 분명 방에서 정리할때 돈을 미리 챙겨놔서 그럴리 없는데, 아주머니가 아니라고 하니 아침부터 싸우기도 싫고 맘은 상하지만 도리가 없어 주고 만다. 


무나르 타운으로 들어와서 마지막으로 Rapsy가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버스 정거장에서 코친가는 버스를 물으니 10시에 출발한단다. 시간표에는 10시반으로 되어 있는데 10시라고 하니 조금 의아하지만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버스는 코친으로 바로 가는 직행이 아닌거 같다. 손에 든 지도를 가지고 확인하니 공항과 코친의 중간 지점까지 가는 버스다. 이 버스가 아니라는걸 알았는데, 몸이 안움직인다. 버스 출발하고 조금있다 차장이 오더니 버스 갈아타면 되니 그냥 가란다. 역시 자기 버스 태울려고 코친 간다고 거짓말 한거였다. 


버스가 달리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쐬니 모든게 잊혀진다. 짜증나던 마음도 가라앉고 창밖에 펼쳐지는 다시 볼수 없는 차밭 풍경이 모든걸 덮어 버린다. 아마 다음에 코친에 놀러 온다고 해도 현지 관광객을 위한 무나르에는 오지 않을것이다. 


버스가 달리면서 고도가 낮아지자 점점 더워지기 시작한다.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등장하는 마을 풍경은 점점 도시를 향해 가는 모습답게 변해간다. 막상 종점에 도착하자 포트 코치가는 버스는 바로 있었고 익숙한 풍경이 등장한다. 하지만 공항에서 포트 코친 갈때와 달리 MG로드에 들어서면서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덕분에 천천히 쳐다보게된 MG로드는 생각보다 여러가지 편의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시간이 있다면 커피숍에 들어가서 인도 스타일의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를 부리고 싶다. 


포트 코치에 돌아오니 숙소 구하기가 귀찮다. 인포메이션 센터 바로 앞에 한국사람이 추천한 유니온 홈스테이를 가니 이건 도저히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결국 숙소구하기 위해서 방랑길이 시작됐다. 배낭도 작은데 걷는게 귀찮다. 전에 봐뒀던 깔끔해 보이는 숙소에 들어가서 방이 있는지 물으니 지금은 수리중이라면서 친구를 소개시켜준다. 그 친구가 좀만 더 가면 자기 숙소니 구경하고 맘에 안들면 다시 제자리까지 태워다 주겠다고해서 고민하다 가보기로 했다. 350루피 부르는 숙소는 꽤 깨끗하고 깔끔하다. 300루피에 묵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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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해변가로 가서 Froz를 찾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Froz가 새우가격을 협상해줘서 300루피에 한접시 사서 배불리 먹고 동네 애들이 모여 있는 음료수 가게 가서 떠들고 놀았다. 20루피라는 레몬 소다는 현지인들한테는 10루피에 팔리나보다. 아무리 친해도 관광객 가격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차 타는 시간이 길어지니 피곤해서 일찍 들어와 잤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 시간은 짧은 직장인의 여름 휴가는 이렇게 또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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