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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1. 13:59 - 독거노인

[인도 코친]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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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저녁 비행기이기 때문에 낮에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안가는 Dutch palace에 다녀오기로 했다. 가이드북에는 15~16세기의 흔적들이 박물관 형태로 남아 있다고 하는데 괜찮을 것 같았다.

 

 지도상으로는 숙소에서 직선거리에 Dutch palace가 있는것 같은데, 일단 아침은 든든하게 먹고 가야할 것 같아서 예의상 해변가로 나와서 항상 가는 길거리 노점상한테 갔다. 이번에는 알아서 메뉴를 줄려고 해서 좀 더 든든한 튀김 3조각과 챠이 2잔을 마시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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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상으로 버스가 바로 갈거 같아서 버스를 타고 Dutch palace를 불렀더니 안간단다. 갈아타는 곳을 알려줄테니 내리라고 한다. 일단 시간은 많기 때문에 조금 헤맬걸 생각하고 출발. 생각보다 버스가 많이 간다. 그러더니 알려주는 장소에 내렸더니 방향 감각이 완전 없어져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어서 그냥 걸어갔다. Dutch palace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1층은 힌두교 신전이다. 힌두교 신자가 아닌 사람은 못들어간다고 되어 있어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입장이 안된단다. 게다가 2층이 박물관인데 금요일은 쉬는 날이란다. 완전 허탕치고 시간버린 결과라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다. 그나마 세상과 무관하게 늘어지게 자고 있는 개팔자가 부럽다. 


일단 Dutch palace를 나와서 그 근처에 있다는 다른 오래된 건물을 향해서 걸었다. 하지만 그곳은 일주일에 3일만 개방한다고 한다. 완전 허탈하다. 그래도 그 근처 골목길은 너무 예쁘다. 포트코치보다 오히려 더 이쁘고 잘 다듬어져 있다. 진작 알았다면 아마 하루 정도 이 골목을 헤매며 돌아다녔을 것 같다. 이쁜 골목길을 따라서 내려가다 보니 spice거리가 있다. 여러가지 향신료들을 판매하는 도매상 같은데, 그중에 생강 말린 가게는 너무 향이 좋아서 안에 들어가서 쭉 들러봤다. 별다른 볼거리는 없지만 향만으로 한 보따리 사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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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골목을 빠져 나와 대로변으로 나오니 바로 버스 타는곳이다. 생각보다 찾는 길이 간단해서 너무 행복해졌다. 버스타고 돌아가다 전에 본듯한 도비가트가 보인다. 바로 내려서 도비가트에 들어가니 일하시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니 맘데로 하라고 하고 사진 찍는거에 신경도 안쓴다. 인도에서 가장 천한 신분에 가장 힘든 중노동을 하는 밑바닥 인생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즐겁게 일하고 있다. 그리고 떳떳하다. 내 고정관념대로 이해할 필요는 없는것 같다.


이렇게 아침에 두곳을 구경하고 나니 인도를 떠나기전 모든게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은 새로운 식당에서 시도해보자는 의도로 새로운 곳에 갔지만 별로 맘에 안든다. 점심 부실하게 먹었더니 별로 배가 안차서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넣을 생선가게를 찾았다. 오늘의 선택은 랍스터. 우리돈 6천원하는 랍스터와 새우를 선택하고 Froz가 없어서 다른 종업원이 알선하는 가운데 구입하고 요리를 맡겼다. 한국에서는 누리수 없는 호사를 마지막으로 만끽하는 순간이다. 요리를 먹고나니 Froz가 나타난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경찰이 되어 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카페에서 인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셔본다. 45루피(세금포함)의 에스프레소는 그냥 그렇다. 어차피 체인 카페에서 알바가 뽑는 에스프레소에 어떤 기대를 하겠는가. 단지 시원한 곳에서 못다 읽은 "킬리만자로의 눈"을 마저 읽고 시원한 시간을 보내는걸로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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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들려서 방값 계산하고 인터넷에 숙소 홍보해준다고 하고 나왔다. 버스 타는 곳에 왔더니 버스는 시간표에 나와 있는데로 한시간 후에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무 그늘 밑에서 하염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맘이었을까.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걸어가던 중 잠시 스쳐가는 풍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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