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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8. 12:01 - 독거노인

[인도 첸나이] 9월 13일~14일


공항가는 지하철에서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낯설다. 벌써 내가 이곳에 더 이상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동안은 물리적으로 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내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투영되었나 보다. 

연착과 지연으로 유명하다는 에어인디아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한다. 처음 타는 공항내 지하철을 이용해서 탑승을 한다. 연휴기간이라 자리는 만석이고 같은 비행기인데도 홍콩에서 자리 이동을 해야 한다. 자리를 이동한옆자리에 앉은 한국 아저씨는 인도에서 의대를 다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 뭄바이로 간다고 한다. 푸네의 치과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얼굴 한쪽에 묻어나지만 다른 한쪽에는 인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인도에 대한 불만인지 아들에 대한 불만인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한가득 담고 볼 거 없는 인도에 왜 가냐는 표정을 짓는다. 이런 표정을 바라보면서 잠을 자야할 시간에 내 시간을 허비해 가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거 자체가 고역이다. 단지 내 여행의 흥분과 기대감을 갉아먹으며 시간을 축낼 뿐이다.

환승을 기다리면서 공항내에 있는 의자에서 잠을 청해 본다. 해변에서나 어울릴 듯한 의자에서 어떤 자세로도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없는 불편함에도 쪽잠을 자면서 새벽 시간을 보냈다. 


작년에 갔었던 코친 공항에 대한 산뜻한 기억 때문인지 아침의 열기 속 첸나이 공항은 수더분한 느낌이다. 원래 계획은 공항 근처에 있는 지상철을 이용해서 CMBT 버스 터미널로 가려했지만, 공항문을 나서면서 바로 보이는 버스에 올라탄다. 여행을 하면서 어떤 계획이나 의지 같은 것은 도착한지 한시간도 안되서 버렸졌다.



CMBT 버스터미널은 인도답게 복잡하고 현대적인 매표나 배차 시간 알림 같은 것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어서 알아내 마말라뿌람 가는 버스는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잠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돌아오는 사이에 떠나버리고 말았다. 분명 30분마다 한대씩 있는걸로 알았지만 11시에 놓친 다음 버스는 오후 1시에나 있다고 한다. 서울에 살면서 어떤 지점으로 이동을 한다는 것은 명확한 거리적 이동을 인식하게 한다. 어느 경계선을 넘던 어떤 지역을 넘어서던 그 공간의 변경에 따른 알림과 표시들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인도라는 낯선 공간에서는 내가 속한 공간이 어딘인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단지 거리의 풍경과 그 풍경에 수반하는 냄새의 변화로 느낄 뿐이다. 도시에서 풍기던 냄새가 사라지고 섞은 하천 냄새를 이어서 들판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다가온다. 한동안 이어지는 들판의 냄새에는 사람들의 체취가 사라지고 있는 그대로의 냄새를 이어간다.


버스 창가로 먹구름이 몰려온다. 버스가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비구름 속으로 빨려들어가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비바람이 불어덴다. 모든 문이 열려 있는 버스 안은 세찬 비바람 덕분에 물바다가 된다. 인생의 미래란 절 멀리 보이던 먹구름과 같은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운에 불안해하면서 그 시간을 인내해야 하며 막상 세찬 비바람이 불면 피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야 결국 또 다른 햇살이 빛칠 것이다.



마말라뿌람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작은 동네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이드북에 있는 지도가 명확히 인식된다. 처음 가려했던 우마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비갠 후의 하늘이라 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해변가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터미널 바로 뒷편에 있는 쉬바의 버터볼이라는 바위 언덕은 맨발로 그 질감을 느끼기에 최고의 장소다. 바위 언덕에 앉아서 지는 햇살을 받으며 석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바닷가가 좋은지 바위 언덕이 좋은지 선택을 못하겠다. 굳이 선택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둘 다 즐길수 있는 권한이 내게는 있으니까.










길고긴 1박 2일간의 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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