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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8. 12:02 - 독거노인

[인도 마말라뿌람] 9월 15일


인도에서 가장 싫은 동물을 꼽으라면 까마귀로 정하겠다. 어제 비오는 저녁에 환영인사로 방문앞에 똥을 철퍼덕하고 뿌려놓고 가더니 아침에도 한바탕 뿌려놓고 도망갔다. 길고 긴 베란다중에서 내 방문앞에서만 볼일 보는 지조 있는 동물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졌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첫날부터 일어나기가 싫다. 오전 시간을 침대에서 버티다가 더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 몸을 일으켜본다. 여행을 왔지만 오늘 일정을 정하고 그걸 실행해야겠다는 의지가 안 생긴다. 그냥 바닷가로 나가서 좀 걸었다. 그 뜨거운 아침 해살에 해변에서 바타를 맞으면 물속에 있는 인도 커플이 보인다.






요란한 치장이 된 건물 입구를 보니 결혼식이 진행되는거 같아서 들어가 봤다. 결혼식은 이미 끝나고 신랑과 신부가 촬영에 열심이다. 하객들과 친척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서 분주하다. 저들은 분명 자신들이 최대한 갈취할 수 있는 것들을 들고 나갈 것이다. 한국이나 인도나 결혼은 가족간의 결속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 가족이라는 의미의 집단은 자신들이 과거에 빼았겼던 전리품을 돌려 받기 위해서 하이에나처럼 차려 입고 이 자리에 모인 듯 하다. 신랑과 신부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포장된 이 순간에 자신들이 어떤 부분들을 약탈당하고 있는지 모른채 불안함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끼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던지고 있다. 어쩌면 저들은 자신들이 지금 이순간 포기한 것들을 미래에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에 이 순간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하객들이 전리품을 성취한 기쁨의 얼굴을 하고 퇴장할 때 나도 무언가 하나를 받아들고 자리를 나왔다. 저들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서 결혼할 시기가 왔을 때 상황이 변하여 그들만의 세상으로 떠나버린다면, 그 부모가 겪었던 과거의 절차들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떠나버린다면, 저들은 그동안 기대해왔던 것에 대한 배신감으로 분노의 이빨을 들어낼지 모른다. 홀로 떠도는 자의 저주를 남긴채 어디론가 걸어가 본다.





바닷가 가는 길에 있는 사원에 가보니 무슨 의식을 거행하려는 듯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의식을 집행하는 사제는 늙고 왜소하며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어서 인도에서 흔히 보던 사제가 아니어서 이런 의식에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의식을 진행하는지 옆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는 죽은 형제를 위한 기제라고 한다. 이런 의식이란 결국 산자들이 자신들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사제의 힘을 빌어서 자신안의 평안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닐까. 의식이 진행되는걸 지켜보니 사제가 주문을 외우고 기복자에게 뭔가를 계속 시킨다. 그 기복자는 사제가 시키는데로 따라하고 아이가 첫걸음을 배우는것 처럼 어설프고 삐그덕거린다. 이 아이는 사제가 뭔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다. 의식이 끝나자 옆에 모여있던 식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제에게 달려들어 선물을 받치고 축복을 기원해달라고 메달린다.





오후의 더위가 조금 가실때쯤에 어제 찾았던 바위언덕을 찾았다. 그냥 해지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는 데, 누군가가 다가와 이야기를 걸더니 자신의 작업장을 보여주겠다고 꼬신다. 결국 의지없는 나는 끌려간다. 덕분에 서로에게 불편한 감정까지 이르러서야 그의 작업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다시 돌아오니 이 공원 전체를 둘러볼 결심이 생겼다. 바위 투성이의 언덕을 맨발로 걸으니 따뜻하면서 약간의 거칠은 느낌이 좋다. 이 유적지에서 제일 맘에 드는곳이 1900년에 세워졌다는 등대다. 마말라뿌람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지는 석양 저멀리 보이는 강의 모습도 왠지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들지만 불행이도 인도 관광객 투성이인데다 좁은 난간 덕분에 한바퀴 도는 정도로 만족해야했다. 동네는 무슨 일이 있는지 뭔가 들썩이고 있고 밤에 간이 무대도 만들어져서 마술쇼까지 한다. 내 눈에는 유치한 마술쇼지만 인도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여행자의 낮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외로운 밤 시간은 너무도 천천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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