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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8. 12:03 - 독거노인

[인도 폰디체리] 9월 17일


항상 아쉬운 순간은 끝에 찾아온다. 하지만 마말라뿌람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밤새 모기들과 사투를 벌이게 만들어줬고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니 잠을 못자서 온통 흐릿하다. 그래도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날이므로 기분과 체력을 업시킬 필요가 있어서 인도 음식보다는 동네 유일의 빵집에서 브런치 세트를 주문 했다. 세트에 나온 빵맛은 별로였지만 주인장의 유쾌한 농담과 길 안내 덕분에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동네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마말라뿌람에 올때처럼 종점에서 버스를 타는게 아니고 길 한가운데서 버스를 기다리다 올라타야하는 거라서 내심 걱정했는데, 역시 "망했어요"를 세번 외치고 버스 난간에 메달린다.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고 버스 문앞 계단에 메달린데 한참을 가야 했다. 하지만 어느정도 달리니 자리가 생기고 앉아 갈 수 있었다.

시골 바닷가에 몇일 지냈다고 촌놈이 도시로 상경한 것처럼, 폰디체리는 휘한찬란한 도시처럼 느껴진다. 버스터미널의 오토릭샤 기사들은 촌놈의 지갑을 노리는 악당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피곤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베낭을 메고 걸어갈 자신이 없다면 못이기는 척 값을 지불하고 편하게 가는게 최선의 방법이기는 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올때나 갈때나 오토릭샤 가격은 동일했다.

인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New Guest House는 내가 지금까지 자 본 게스트하우스중에서 가격대 시설이 단연 최고다. <이런 훌륭한 숙소가 있다니...>를 생각하면서 리셉션에서 등록카드를 작성하고 있을 때 옆에서 직원들이 우울한 표정으로 메니저에게 혼나고 있어서 분위기가 침울하다. 숙소는 깨끗하고 모든게 완벽해야할 순간에 내 위장은 요동을 치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어제 분명 길거리 음식을 마구 집어 먹은게 문제가 된게 분명하다. 그래도 달리 처방이 없으므로 또 다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여행을 가면 눈에 보이는 음식들은 모두 입에 집어 넣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처럼 고생을 하고 있을 때가 있지만, 오늘도 그냥 조그만하고 허름한 식당이 있길래 들어가서 먹고 계산을 했는데 너무 저렴하게 불러서 놀랬다. 





폰디체리의 오후는 더 뜨겁게 느껴지고 몸은 흐물거려 침대에서 오후를 보냈다. 덕분에 폰디체를 둘러볼 여유가 생겨 밖으로 나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도시다. 여기는 인도의 일부가 아니라 인도 영화에 셋트장 일부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게다가 길거리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그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생각보다 물가도 비싸지 않아서 장기 여행이라면 한 한달정도 주저앉고 싶은 동네다. 게다가 바닷가에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 파는 곳이 여러군데 보인다. 속만 편하다면 진한 커피를 한잔 들이키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까지 올라지만 참는다. 저녁에 숙소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프랑스 쿼터에서 인도쿼터로 넘어가보니 또 따른 활기가 느껴진다. 관광객들의 중심인 프렌치섹터는 비수기라 웬지 침울감이 감돌지만 인디아섹터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내일은 탐험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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