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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8. 12:05 - 독거노인

[인도 폰디체리] 9월 19일


오늘은 교회를 둘러보는 날로 정했다. 여행 중반이라 그런지 날짜도 시간도 잘 기억나지 않고 주말이 가까워졌는지 한주중에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날이든 교회 문은 열려 있으리라 생각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9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벌써 모든 걸 포기하고 시원한 곳을 찾고 싶어진다. 이런 더위에 좋은 피신처가 교회다. 교회는 높은 천장을 가지고 지어졌기 때문에 안에 들어서면 시원함이 우선 반겨준다. 폰디체리안에 교회들은 지어진 시기나 나라에 따라서 양식이 각기 다르게 지어졌다. 정확한 시기나 누가 지었는지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 뚜렷한 색깔과 양식적 차이는 확연하게 눈에 들어난다. 모두 같은 신을 모시는 공간인데 시간이나 사람에 따라서 그 모습이 변하는 것도 신기하고 그들이 바라보는 공간도 변한다는게 새삼 새롭게 와 닿는 순간이다.




교회를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다 historical heritage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건물에 정문이 살짝 열려 있길래 안을 들여다 보고 호기심에 한번 들어가 본다. 건물 수위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면서 무슨 용무인지를 묻길래 역사적 건물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처음 보기와는 다르게 위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와서 내가 건물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해준다. 무모하고 무례한 방문이었지만 나를 정식으로 초대주었다. 건물은 프랑스 기구의 소유인데 옛날 식민지 시절 이전부터 있던 것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듯 했다. 이방인을 친철히 맞이해줄 수 있을만큼 그리고 그 이방인이 아무 방이나 드나들어도 신경쓰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는 걸 보면서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고전적인 가구들에 빽빽히 들어차 있는 책들과 문서들이 비치되어 있고 오랜 시간동안 그 자리를 지킨 듯한 고가구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건물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엇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부러운 것이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이런 고가구들이었다. 오후에 오르빈도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갔다. 이유는 내 발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빌에 갈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냥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이 더위속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서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게으른 여행자로서 어떤 의욕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운영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알아봤으나 인원이 차야만 떠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도착했을 때 오르빌에 가겠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결국 내일 아침을 기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뜨거운 태양이 조금 수그런 오후에 바닷가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예전 코친에서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바다를 쳐다보던 기억이 떠올라 오늘도 같은 분위기에 빠져들고자 맥주를 시켜본다. 폰디체리는 술이 면세라 순수 술만 파는 가게들이 도심 곳곳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술을 사서 마실만한 공간은 거의 안보인다. 덕분에 레스토랑에서 술을 시켜도 예전 코친보다 술값이 싸다. 하지만 웨이터가 친근하게 말을 걸면서 은근 팁을 요구한다. 덕분에 분위기가 깨져서 맥주 한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그냥 나오고 말았다.











바닷가에 있는 KBS라는 길거리 커피집은 하루에 한번씩 들르는 나의 단골 가게가 되었다. 내 숙소에서 한 30분을 걸어야가야 하는 거리지만 오후의 더위가 식을쯤이면 천천히 걸어서 13루피를 주고 커피를 한잔 마신다. 이 가게가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바닷가 근처에 있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인도의 다른 길거리 식당들이나 가게들처럼 비위생적이지 않고 정말로 깨끗하게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손님도 많고 손님들 중에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가는 사람들도 많다. 앉을 자리만 있으면 금상첨화일 거 같은 카페지만 나름 인도식 스탠딩 커피집이니 내가 적응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달은 연극무대위를 비추는 조명처럼 외로이 빛난다. 모든 것이 가리워진 배경 위로 주인공을 비추기 위해서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조명처럼 하늘로부터 바다를 거쳐 해변가의 파도 위에서 그 발걸음을 멈춘다. 조명이 꺼진 쓸쓸한 바닷가에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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