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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8. 12:06 - 독거노인

[인도 폰디체리] 9월 21일


아침을 먹고 여행의 마지막 날 무엇을 할까 고민해 본다. 배낭 여행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현실 도피자인 내게 좋은 음식을 먹고 편안한 침대에서 잠이나 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여행이 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이런 것들을 불편하게 여기고 일부나마 배낭 여행자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저런것들을 피하고 겉모습만은 배낭 여행자처럼 산다. 하지만 마지막날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거칠 쇼핑을 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비싼 것들을 먹거나 사질 않아서 환전한 돈이 반이상 남아 오히려 부담이 된다. 








인도는 100년전이나 현재나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남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컽모습으로 남아 있는 인도이고 그 속에는 끊임 없이 움직이고 있는 에너지가 있다. 여행자들에게 혼돈의 도시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름데로의 합리적인 시스템속에서 돌아간다고 생각되는 나라다. 어느 사회고 완전한 시스템은 없다. 그저 자신이 속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서 익숙하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 한다. 인도의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 그 나름데로의 합리성을 따질지 모르겠다. 예전 인도를 여행하고 온 여행자들이 아쉬워 하던 것이 기차를 타면 마시던 챠이잔의 변화였다. 그 당시의 챠이잔은 흙으로 만든 잔이었고 다 마신 후 기차 밖으로 던져버리면 됐다고 한다. 지금 폰디체리는 여기저기 일회용 종이잔들이 보이고 유리잔을 한번 흔들어 다시 사용하는 노점상들도 아마 언젠가는 없어질것이다. 게다가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비닐봉투를 달라고 하면 환경부담금 1루피를 받는다. 이들의 삶이 변할것 같지 않지만 조금씩 시간에 맞춰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면 필히 만나는 것이 삐끼들과 호객군들 그리고 장사꾼들이다. 그들은 인도의 파리떼들만큼이나 어느 곳이나 항상 나타난다. 게다가 목표물이 발견되면 관광객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에너지가 바닥날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쫓아버릴 수도 그렇다고 타협할 수도 없는 존재들이다. 남인도 두곳을 여행하면서 그나마 편하고 좋았던 것은 삐끼들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사꾼들은 은밀하게 때론 친근함을 가장하여 달라 붙은 후에 나의 에너지와 인내가 한계에 부딪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가지 내 인내심을 시험하고 나를 괴롭혔다. 비수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력이 더 질기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은 떨어지고 자신의 비참함에 호소하고 자신 때문에 비참함에 처해 있는 가족들을 들먹이며 달라 붙는 것은 오히려 나에게 더 역효과였다. 이런면에서 마말뿌람에서 만난 길거리 여자 아이는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남는다. 그 아이는 길거리에서 사는게 분명했다. 그 아이를 목격한 것은 분명 여행자들의 골목길에 있는 어떤 인도 길거리 좌판에서였다. 그 후에 그 아이는 나에게 팔찌를 사라며 다가왔고 유창한 영어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아이는 다른 장사하는 애들이나 사람들처럼 나에게 달라붙지 않았고 내가 NO라고 이야기하자 잠깐 몇마디를 나누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 아이에게 결혼식장에서 밭은 인도 과자를 나눠주자 그 아이는 그 조그만 과자 하나를 다른 애들과 나눠 먹으며 사라졌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 아이의 팔찌를 사줄려고 했지만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 아이는 아마 자신의 남은 시간들을 길거리에서 그렇게 소비하며 살것이다. 어쩌면 운이 좋아서 그곳을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녀를 붙잡고 있는 그녀의 친구들이 놔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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