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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8. 12:07 - 독거노인

[인도 폰디체리] 9월 22일



[ 인생의 잠시 벌어진 틈 사이로 여행을 다녀오니 회한과 쓸쓸함만을 가득 담은 초로의 늙은이만 남아 있었다 ]


떠나는 날이 되니 시스템이 익숙해지고 더 편해진다. 간만에 긴 밤을 편하게 지낸 덕에 가볍운 아침이 시작된다. 이제 본격적인 관광철이 시작될려는지 해변가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어제 길가에서 허브차라고 팔고 있던걸 봤서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한잔 마실려고 기웃거리니 운동을 마치고 차를 마시는 사람이 한잔 사줬다. 공짜는 세상 어딜가도 맛있는 법. 오늘은 내가 사서 한잔 마시면서 떠나는 해변가의 정취를 감상해 본다. 


여행을 하면서 도시를 만나면 죄를 짓고 도망치는 도망자처럼 숨을 곳을 찾아서 황급히 도망치듯 떠나곤 했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도시에 머물지 못하고 자꾸만 도망치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인도의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를 떠나서 여행을 하고 도시를 피해서 여행을 하고, 하지만 결국은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삶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도시로 돌아간 여행자는 결국 한순간의 떠남에서 희망을 찾고 영원히 떠남을 그리워하며 살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도시는 더 이상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도시의 건물들이 빠르게 그 형태를 잃어가면 나는 더 이상 그 도시의 삶과 무관한 타인이 된다. 이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 매일 비행기 타는 삶을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떠남이 아니라 도착을 위한 이륙은 그 멀어진 점들만큼 내 삶이 떠남과 멀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키고 저 밑에 보이는 수많은 사슬들을 엮고 있는 점들이 내 삶에 박혀 있는 무수한 형벌의 징표들처럼 느끼게 한다. 


구름위의 일몰은 모든 가능성과 모든 형태들로부터 해방된 순수한 빛의 사라짐이다. 도시의 불빛의 사라진 순수한 빛깔은 하늘의 색깔마저 바꿔놓는다. 


처음으로 비행기가 지연되는 상황을 맞았다. 홍콩에 부는 태풍으로 인해서 중국, 홍콩을 거치는 비행기들은 전부 비행 시간이 12시간씩 미뤄졌다. 인도를 떠나는 애타는 내 마음을 이렇게라도 알아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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