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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0. 09:00 - 독거노인

[인도 고아] 9월 5일 ~ 6일


출발 이틀전에 인도 국내항공 예약편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다즐링으로 갈려던 계획은 갑자기 변경되어서 고아로 결정됐다(이번 여행의 가장 큰 불행이자 가장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여행을 떠나면 무엇인가를 자꾸 버리고 무엇이 펼요한지를 알게되고 배낭이 가벼워진다는 데, 내 가방은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내 맘속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반복하나 보다. 



출발하는 날 여름의 끝을 알리는 하늘이 보인다. 공항 창밖으로 보이는 한국의 날씨는 여행하기 좋은 날씨임을 알리고 있다. 날씨는 그지 없이 청명한데 인도행 비행기는 연착임을 알리고 있다. 오늘 바로 델리 도착한 후에 뭄바이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인데, 이렇게 연착되면 뭄바이까지 가는 일정에 문제 없을려나 모르겠다. incredible india 이니 알아서 잘 될거라 믿고 그저 창밖의 푸른 하늘에 빠져든다.


12시간의 비행 동안 1편의 인도 영화와 1편의 최신 헐리우드 영화를 봤다. 옆에 앉은 인도인이 내가 보는 인도 영화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힐끔 힐끔 쳐다보다가 결국 찾아서 보기 시작한다.



뭄바이행 비행기는 델리 도착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자동으로 시간 조정이 되어 있다. 하지만 고아 출발까지 2시간 밖에 없다. 마음만 급하여 비자 기입폼을 대충 적고 사진을 제출한다. 담당 직원은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공무원처럼 보이는데, 웃으면서 일처리를 한다. 나에게 도착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숙소 예약증을 제출해야 된다고 한다. 배낭 여행자가 아무리 짧게 여행을 한다고 해도 숙소는 도착해서 알아보는게 보통인데, 숙소 예약증을 가지고 다닐리가 있냐고 이야기 하면서 꼭 필요하냐고 물으니 숙소 예약증이 없으면 도착 비자는 받을 수 없다고 못박는다. 게다가 싱가폴 사람 하나는 강제 출국 당했다고 한다. 갑자기 절망적으로 상황이 변한다. 당황해서 새벽 3시에 어떻게 숙소를 예약할 수 있겠냐고 하니 핸드폰 없냐고 한다. 당연히 일주일 여행하면서 핸드폰 안들고 왔다고 이야기 하면서 공항 인터넷 카페를 물으니 인터넷 카페도 없단다. 결국 입국심사 사무실로 불려 들어가고 담당자분이 에어 인디아 직원을 부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난데없는 상황에 에어 인디아 직원이 와서 이러저리 알아보고 전화를 하더니 결국 에어 인디아 사무실로 가서 인터넷 예약을 하기로 특별히 허가를 얻었다. 


출국장을 비자에 도장도 안찍고 빠져 나가는 특별한 경혐을 했고, 덕분에 인도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구경도 했다. 어차피 머물지도 못하는 숙소를 만오천원짜리 예약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비자비용까지 지불하고 나니 새벽 5시 비행기 발권 창구는 이미 닫혔단다. 그래도 오후 1시꺼라도 탈거냐 물어서 선택의 여지 없으니 달라고 하니 나름 알아보고 발권을 해 준다. 덕분에 공항에 7시간 이상 갇혀 있게 생겼다. 잠 못자는 하루는 괜찮지만 아무 일도 없는 무료한 하루는 견디기 힘들다. 인도에 오면서 공항에서 시간 보내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일 진행이 더디고 처리도 비합리적이라고 여겼던 인도에서 이렇게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무난한 일처리를 했으니 이번 여행은 운이 좋은 것이라고 위안을 해 본다.

의자에서 쪽잠을 좀 자고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한국에서 챙겨온 깡통 스파게티로 아침을 해결한다. 대충 아침을 먹었지만 공항안의 비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않는데 몸은 피곤하고 허기는 가시지가 않는다. 진한 짜이 한잔 마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비싼 공항 물가가 겁이 나서 쉽게 돈쓰기가 안된다. 대충 짐정리해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2년전 처음 인도 여행을 시작한 몸바이 공항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출국장이었다. 2년전 그 모습 그대로인데, 공항내 푸드코드 음식 가격은 2배가 되어 있었다. 인도 물가가 생각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게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긴기다림이 지나가고 고아 공항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이제부터 어떻게 이동할지 고민이 시작된다. 가이드북에는 공항밖 삐끼들에게 시다릴는 것보다 프리페이 택시가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무작정 공항 문을 나서서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으로 따라 간다(의외로 삐끼는 안보였다). 공항은 너무 작아서 채 100미터 정도 걸으니 도로가 나온다. 그것도 작은 시골 도로 같은 한적하고 외진 도로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정류장 표시도 없는 곳에서 버스를 타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득한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 빤지로 간다는 청년을 따라서 다시 버스를 갈아 탔다. 우기의 한중간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려는지 세차게 비가 퍼 붓는다. 


빤지 버스 스탠드 안은 무슨 종교 행사가 진행중인지 음악 소리로 시끄럽고 구경하는 사람들과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불안한 마음에 다시 맙사행 버스를 물어서 탔다. 고아 시내 안은 바로 연결되는 버스들이 없어서 이렇게 여러번 갈아타면서 다녀야 한다고 들었는데, 구간 이동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 맙사 버스 스탠드는 바로 시장과 붙어 있다. 덕분에 허기진 배를 채울수 있는 챠이와 빵을 먹고 다시 안주나 해변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탔다. 






히피들의 천국이었다는 안주나 해변은 그냥 조그만한 시골 마을 같다. 차라리 어촌이라면 더 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유명 관광지에서 이제는 쇠락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느낌을 확실히 전해준다. 그저 작은 상점들과 인도 여행자들이 전부다. 우기라서 더 더욱 서양 여행자들은 보이지 않고 그자리를 현지 여행자들이 메우고 있는 느낌이다. 


도로변에서 숙소 구하기가 막막해 보인다. 일단 무조건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비온뒤라 길은 물웅덩이와 이리저리 얽히 골목길이 갈곳을 못차게 한다. 그때 지나가던 오토바이에 탄 인도 사람이 숙소 찾으면 자기가 안내하겠단다. 선뜻 맘은 안내키지만 마땅히 갈곳도 없어 방구경을 갔다. 생각보다 방 넓고(3인실), 화장실도 깨끗하다. 게다가 온수, TV, 냉장고가 다 갖춰져 있다(인도에서 핫샤워에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는 호사라니). 이런 방에 비수기라서 아무도 없다고 내가 원하는 가격에 머물라고 한다. 주인은 하루에 500Rs를 부르는 걸 2일에 900Rs 주기로 하고 머문다. 


숙소가 정해져 동네 한바퀴를 탐색에 나섰지만 30분을 걷지도 않았는데, 끝을 만난다. 저녁 먹은게 소화도 안될 정도로 작은 마을 산책길이다. 피곤하고 정신도 없어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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