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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6. 09:00 - 독거노인

에스프로 프레스




궁금하던 차에 결국 인터넷으로 해외 주문을 하고 말았다. 내 취향은 분명 에스프레소가 좋기는 한데, 에스프레소로 마시면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이런 한계점 중 하나가 에스프레소가 순간 압력으로 추출하다 보니 커피 오일과 농도 진한 맛이 미세한 느낌을 방해한다. 나처럼 싱글 오리진을 에스프레소로 추출해 마시는 사람은 커핑 노트에 나와 있는 그 맛들을 느끼기 힘든 부분이 이런 에스프레소로 마실 때 그중 특출한 맛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CUPPING할때와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에스프로 프레스가 더욱 땡겨 주문하고 말았다.



프렌치 프레스를 현대식으로 해석한 추출도구라는 말이 왠지 새로운 감각을 선보일 것만 같아 약간은 기대감이 있었다. 게다가 특허낸 마이크로 필터가 많은 미분을 잡아준다고 광고를 하니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주문을 한 뒤에 찾아본 인터넷 결과들은 이 추출 도구가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미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서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역시 생각보다 많이 미분이 남아서 좀 놀랐다. 어느정도 미분이 남는지 테스트 해 볼 요량으로 추출한 후에 케맥스 필터로 걸러봤다. 위 사진에 나온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미분 발생이 적다는 좋은 그라인더를 사용한다면(말코닉 정도) 훨씬 적은 미분이 남겠지만 나처럼 핸드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딱히 미분이 좋다 싫다 이런 기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광고하는 것과 같은 효과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제 맛을 평가해봐야할 차례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이고 내가 주문한 이유이기도 한 맛의 변화는 에스프레소로 마실때보다 어느정도일까. 제일 커다란 차이는 맛이 굉장히 부드럽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첫잔을 마시면서 이게 뭔가 할 정도로 약간은 평탄한 맛이어서 조금 놀랬는데, 커피가 온도가 내려가면서 그 원두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미를 잘 표현주기 시작하니 그 부드러운 맛들 사이에서 조금씩 원두가 가진 향미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보통 커핑을 진행하다보면 뜨거운 온도부터 커피가 완전히 식을때까지 계속 테이스팅을 하면서 맛의 변화도 보는데, 이와 비슷한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커피를 마시면서 드립으로 마시는 사람들 중에 커피의 단맛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커피처럼 브릭스가 낮은 음료에서 단맛을 느낄수 있는지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에스프로 프레소로 마시니 그 의미를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이 느끼는 맛의 80%정도는 코에서 느끼는 향에 의해서 많이 좌우 된다고 하는데, 이 에스프로 프레스로 마셔보니 향미가 굉장히 잘 올라온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에스프레소는 원두가 가진 가장 강렬한 맛중 하나를 잡아서 표현해 준다면, 에스프로 프레스는 그렇게 강렬한 맛은 없지만 낮게 가라앉은 속에서 전체적으로 조금씩 올라오는 향미를 은은하게 즐길 수 있는 추출도구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미분을 싫어하는 취향에서는 직접적으로 마시기보다는 한번 더 걸러 마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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