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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25. 10:07 - 독거노인

[영화] 환생


한밤 중에 깨어나 거실을 서성거리게 되면 가장 두려운 순간이 내가 죽음 후에 느낄 검은 어둠 속에서의 막막함이다. 우리는 죽음을 맞이한 후에 어디로 갈까. 아니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끝도 없는 기나긴 어둠 속을 헤매고 있어야 할까?


환생은 어느 순간 지구의 특정 지역에 이상 징후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다시 환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사람이 존재하던 하지 않던 삶은 절실하다. 하지만 그 떠난 사람이 남긴 자취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삶은 더 더욱 절실하고 힘들어진다. 더 이상의 소통이 존재하지 않고 더 이상의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금 그 사람들이 돌아온다면 어떤 삶의 변화를 꿈꿀 수 있을까. 아니면 떠나간 사람에게 절절했던 그 감정을 일순간에 전부 쏟아 버릴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금 그 절실함을 느끼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까.


누군가의 부재는 공허함을 남기고,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다운게 아닐까 생각 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그 곁을 떠났다면 아마 함께 했던 복잡한 감정들이 뭉뚱그려져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원할지도 모르겠다. 그 추억 속에는 아쉬움과 못다한 말들의 절절함이 묻어 있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그 뭉뚱그려진 아련한 기억들도 그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절망적 갈망들이 등장하고 그 갈망들과 뒤섞여 있는 말들이 현실이 되어 튀어 나온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어차피 남겨진 자의 뒷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죽은자와 대면하는 순간에 그 말들을 던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가. 하지만 이런 상상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하고, 그 가능한 상상 속에서도 세상은 그저 담담히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들이 온전히 전해질려면 그건 진정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라고.


영화의 이야기들은 환생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로 엮어 나가느라 주위가 좀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좀 더 주인공들의 농밀한 이야기를 밀어부쳤다면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흥행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그랬다면 아마 일본에서는 별로 안좋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오래되고, 시대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이 영화를 본 계기는 어디까지나 요즘 열폭하고 있는 일본 가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