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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 27. 13:51 - 독거노인

[넷플렉스] 이탈리안 키친: 음식의 이민사


이탈리아에 사는 이탈리아인보다 해외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이 더 많다는 사실은 그들이 해외에 퍼트린 이탈리아 문화가 그만큼 넓고 깊다는 반증일 것이다.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그들과 접촉하고 살아가는 공간이 서로 얽히고 섥히며 복잡한 무늬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 중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탈리아 음식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이 나름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아서 격식을 차린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지만, 피자를 생각한다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피자가 미국으로 건너가 일반 시민들이 먹는 간단한 패스트푸드가 된 이후에는 이탈리아 음식이라 부르는 이가 없는 미국 피자가 우리들 곁으로 다가 왔다. 맛 없는 빵조각을 제외한다고 해도 지극히 미국스러운 음식일 것이다. 미국식 햄버거와 비교한다면 아마 가장 질이 떨어지는 음식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서도 이태리 피자를 제대로 배워서 화덕에서 제대로 구워주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이태리 피자협회는 아예 맥주순수령 같은 제도를 만들어서 이태리 피자의 전통이 왜곡되지 않고 순수 혈통을 지키고 싶어 한다. 물론 피자만이 변질된 이태리 음식이 아니다. 만들기 편하고 이태리 음식을 받아들인 나라의 이용할 수 있는 재료들로 대체된 이태리 음식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이태리 음식도 거기에 맞춰서 패스트푸드화 되어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셰프나 음식 평론가들이 큰 목소리로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변질된 이태리 음식은 과연 그렇게 근본 없는, 형편 없는 음식일까. 음식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과연 전통적 음식이라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새겨봐야 한다. 이태리처럼 전국적인 통일이 최근에야 이루어져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조차 역사적으로 굉장히 어린 언어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태리인들이 이야기하는 자국 음식이라는 것도 남부, 북부를 나누고 다시 그 남북의 지역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나누어야 이해할 수 있다. 결국은 이태리로 통칭되는 나라의 음식이라는 것도 어느 하나로 고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태리 어느 지역을 지칭하느냐에 따라서 음식의 색깔이 변한다. 그리고 거기에 사용되는 재료와 조리법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결국 이태리 어느 지역의 이민자가 어느 나라로 이민 가서 어떤 지역에 정착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전하는 음식과 조리법도 변할 것이다. 그리고 이태리에서 사용할 수 있던 재료들을 대체할 새로운 재료들이 등장할 것이고 그 재료에 따라서 이태리 음식도 극적으로 변화를 맞이 할 것이다. 음식이란 그렇게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급격히 변해가는 존재일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최선의 조리법을 통해 최고의 맛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