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9. 3. 5. 14:48 - 독거노인

[넷플릭스] 천국으로 가는 계단: 차이 구어 치앙의 예술 세계


다큐멘터리 중간에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에 대략 이런 내용의 대사가 나온다. '예술가가 명성을 쌓으면서 처음에는 불가능했던 자금과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되고, 처음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예술적 행위들을 수행 할 수 있게 된다'. 어찌보면 예술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가난한 예술가가 부와 명예를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상상력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 구어는 폭죽을 이용한 작품들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벌인다. 어찌보면 중국인이 가지는 문화적 근본을 잘 이용해서 현대적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 그가 벌이는 불꽃놀이의 퍼포먼스는 근본적인 자신의 내면으로부터의 탈출일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예술적 기질들과 환경들은 예술가가 되기 위한 그 자신에게 덧씌워진 굴레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벗어나는 시도는 애초에 모든 것을 태워버림으로써 남은 잿더미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욕구가 만들어낸 행위인 것이다.


이제 그는 중국 공산당이 불꽃놀이가 필요한 곳에서는 언제든지 부르는 유명 인사다. 전세계가 지켜보고 모두가 환호와 열광으로 그를 칭송하는 예술가다. 하지만 그가 이루고 싶은 마지막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100세가 된 할머니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예술적 가치와 삶의 가치가 만나는 지점. 그 조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은 결국 전세계를 돌고 돌아서 자신의 고향으로 향한다.


자신이 원하는 행위를 이루었을 때 예술가는 얼마나 기쁠까. 그리고 그가 얻은 성취감은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예전 책에서 사진 한장과 장황한 글로 이루어진 예술가의 의미를 이렇게 영상으로 직접 보니 그 모든게 더 쉽게 다가온다. 이 얼마나 편리한 미디어의 세상인가. 예술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저 멀리 갈 필요가 없어진 현대의 예술. 하지만 그 예술은 얼마나 작위적이고, 소모적이며, 고원한 곳에 머물고 있는지도 다시금 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