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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28. 16:22 - 독거노인

<빵의 역사>


책의 제목만을 봤을 때는 빵의 발전사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일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거대한 스케일의 인류의 역사를 접하게 되었다. 인류의 출현으로부터 현대- 책이 완성된 싯점인 2차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책이다. 그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빵을 놓고서 인류가 이 빵을 위해서 어떤 투쟁을 벌였는지 보여준다.

인류가 야생의 상태에서 어떻게 밀을 발견했을까. 이부분은 추측에 맡길수 밖에 없는 부분일 것이다. 인류사중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중에서 아직도 알 수 없는 부분들은 당연히 존재할 것이고 그중에서 너무나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그 밀접성 때문에 기원을 알 수 없는 이야기.

미지의 출발점으로부터 고대로 넘어오면 서양사의 가장 찬란한 부분중의 하나인 그리스, 로마 시대를 관통한다. 찬란한 역사를 갖춘만큼 빵의 양적 질적 발전은 일신장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로마는 광대한 영토를 관리하며 빵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도시들을 장악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집트가 빵을 기반으로 한 좁은(local) 권력체계였다면, 로마는 한 시대의 커다란 공간을 관통하는 권력이었을 것이다. 너무나 광대하여 밀을 영국으로부터 재배해 들여오는 그 과정이 결국 하나의 중심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급격히 쇠락할 수 밖에 없는 기반을 가지게한 것이라 책은 기술하고 있다.

중세를 넘어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어둠의 시대였다. 이 어둠의 시기는 빵에도 적용되어서 로마시대에 꽃피우던 재배 방식마저 잃어버리고 그들이 먹던 빵보다 훨씬 질이 떨어지는 빵으로 근근히 연명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로 접어든다. 어찌 인간에게 진보만 있으며, 어떻게 인간이 쌓아왔던 기억을 한순간에 소멸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대. 게다가 거대한 전염병으로 대부분의 인구를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이기 할 것이다. 만일 신세계가 발견되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속에서 살았다면 중세인들은 그 기아와 질병속에서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빵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드디어 문명의 축복을 받는다. 아니 인간의 힘을 넘어서 기계에 의존하는 거대한 권력의 시대가 다시 도랙한 것이다. 식량이 힘이 되고 인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세속의 힘을 다시 돌려받은 것이다. 밀이 넘치고 밀의 재배 환경을 넘어선 무한한 확장속에서 넘치는 빵들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 아니었다. 밀은 상품으로서 존재하지만 결국 상품은 또 하나의 투기상품일 뿐이고 인류의 존재와 생명을 위해 존재하기 보다는 자본의 이익을 존재하는 하나의 상품인 것이다. 이제 축복이 아닌 축복속에서 새로은 권력에 순응해야 되는 시대다.
  
이야기가 빵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빵을 먹지 않는 인류는 이 이야기속에서 빠져 있다. 아시아 사람들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나 유목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민족들의 역사는 없다. 책의 제목이나 주제를 보면 당연하게 서양사를 중심으로 펼쳐진 투쟁사라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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