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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8. 09:12 - 독거노인

<경제학의 배신>


2008년 미국의 경제 위기 여파로 전세계가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고, 그 후유증은 급격히 회복될것 같지 않다. 결국 2008년 경제위기는 그동안 외치던 신자유주의 시장의 실패라고도 봐야할 것이다.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오직 시장의 힘만으로 전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외치던 자유주의자들은 그 참담에 실패에 잠시 입을 다문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잠시 눈을 감았던것뿐 달라진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의 힘은 아직도 작동중이고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경제 위기가 크면 클수록 그리고 그들이 가진 힘이 크면 클수록 부는 그들의 손에 더욱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근본은 폴라니가 지적한 <거대한 전환>에 잘 나타나 있다. 경제와 정치의 힘은 본래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조정하는건 경제같지만 실제 그들의 손에 쥐어진 힘은 정부의 파워를 이용한 권력이다.

저자는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폴라니의 저작에서 들어난 공유지의 박탈로부터 시작된 전환이 결국 현대 사회의 근본이 되었다는 것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임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노동능력만을 남기고 
본래 가지고 있던 공유지와 생산시설들을 착취해야 한다. 이 과정은 영국의 인클로져 운동에서 시작되었다고 폴라니가 지적한다. 이를 계기로 임노동자들은 자신에게 남은 노동력만을 팔면서 삶을 유지해한다. 결국 임노동자가 머물수 있는 공간은 노동력을 팔 수 있는 도시뿐이며, 이 도시는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공급기제들에 기대어 살아갈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임노동자의 착취구조를 재생산한다. 

기업은 노동자를 기반으로 모든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고 이 가치를 임노동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것처럼 속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경제괴물이 파는 상품은 노동자의 희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지불하고 있는 가치가 숨어 있다. 이 상품을 싸게 팔수 있는건 사회전체가 희생한 댓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의 가치는 실제 기업이 파는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안고 있다. 그 많은 댓가들중에 사회적비용, 즉 오염과 전통적 재생산가능한 구조의 농업의 소멸, 남반구의 희생 등을 통해서 얻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희생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은 숨은 희생이 만들어낸 이익분을 모두 흡수하고 이를 유지하면서 결국 거대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경제와 정치의 분리 불가로 인한 문제점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운동과 공동체 운동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러한 운동들은 한번에 많은 것을 이룰수 없지만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진전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서 불합리한 구조들을 개선해 갈 수 있다고 한다. 과거로부터 그리고 현재에도 꾸준히 속박받는 약자들이 결집하고 있으며, 이 결집 덕분에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보지 않던 사회영역속에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더 사회가 복잡해지고 신자유주의 경제가 발전할 수록 대안적 삶은 공동체를 통한 저항운동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지역공동체 운동을 통해서 거대한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약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과연 한국에서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희마의 끈이 어떻게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