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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6. 09:00 - 독거노인

<박찬일의 파스타 이야기>


이 책을 사기 전에 저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려서 파스타를 먹어봤다. 과연 칭찬 일색인 이 가게의 파스타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내 입맛에는 분명 맛있는 파스타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연남동에 있는 가게에서 먹은 파스타가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아마 차이는 저자의 가게는 저녁 시간에 몰리는 손님들을 위한 술집이었기 때문에 배고픔을 달래는 허기진 손님의 입장인 나에게는 인상적인지 못한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반면에 연남동에 있는 가게는 서비하는 사람도 파스타를 만드는 사람도 주인장 혼자 다하며 좌석도 5자리가 전부인 작은 가게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사람 한사람에게 정성을 들인 파스타를 내는 그 분위기가 내배를 채운 것 같다.

이런 환경적인 분위기마저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음식이란 단순히 잘 만드는다는 것 이상을 포함할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다른 나라 음식을 우리나라에서 먹는다는 것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어떻게 그 음식이 가지는 오리지널리티에 영향을 미칠까. 아니 내가 먹고 있는 파스타가 진정 이탈리아에서 맛볼 수 있는 파스타일까.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이탈리아 음식에 기준을 잡을 수없고 어떤 맛이 진정 이탈리아 파스타 맛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책은 음식의 맛을 보여줄 수 없다. 아무리 미사어구를 들이데도 내 입안에 없는 음식은 그저 상상속에서 끊임 없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한 맛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그 식욕을 채울 수 없다. 음식에 조미료가 맛을 배가 시키듯이 내 상상속에 흔들리는 이미지들은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서 읽은 철지난 이태리의 관광지와 혼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한껏 해 대면서 모든 일에 그저 소사레를 치는 이미지와 겹치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이 어떨지 미소를 짓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이 가지는 가장 좋은 미덕은 지루한 레시피를 나열하면서 이 음식은 어떤 맛을 낼거라는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태리 어느 지방에 가면 어떤 음식이 훌륭하고 진정 맛있는 어떤 음식을 먹을려면 그 지방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데 있다. 마치 미식여행을 겸하고 있는 음식 레시피 같은 책이다. 아마 저자가 가지는 글 쓰기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 구수한 감성과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소담한 추억이 잘 버무려져 있다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이태리에서 그들의 먹성에 탐복하면서 여유로운 한때를 즐길 날을 꿈꾸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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