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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6. 09:00 - 독거노인

<뷰티풀 라이프>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정해진 길에 들어서지 않으면 그 압박감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정해진 길과 시간 위에서 하나씩 무엇인가를 이루고 쌓아갈 때 나만 동떨어져서 자신이 추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외면하고 하나의 일에 투자할 때 생기는 타인과의 공백은 쉽게 메워질 수 없는 감정적 공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런한 감정의 공백은 자신이 약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여지 없이 고개를 들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 파고 들며 결국은 쉽게 무너지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고통의 순간들을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힘든 일인지는 그걸 해 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일 것이다.


이 만화의 저자는 안정적 직장 생활을 때려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서 무작정 토쿄로 상경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알바를 하면서 그래픽 학원을 다니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돌리는 생활은 어떤 희망을 목표로 끊임 없이 나아가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 반복된 행위가 주는 고단함과 피곤함에 무너지는 순간도 포함된다. 그 무너진 순간에 자신을 부여잡고 자신이 원하는 게 진정 무엇인가를 끊임 없이 고민하는 것, 그것 때문에 작가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그런 고민이 없이 반복된 일상에서 무너져 버렸다면 어느 순간 찾아오는 기회를 보지도 못하고 끝났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란 것은 자신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수 있고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금새 불쑥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 알 수 없는 순간까지의 불안감이라는 것 때문에 일반인들은 한순간도 참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고 성공한 사람들이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다. 다카기 나오코의 이야기를 보면서 폴 써로가 여행기에서 했던 자신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선생님으로써 인생이 끝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여행하며 작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던 순간. 하지만 그 절망적 순간에 아내는 자신에게 이별을 선언 했고 자신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책을 내기 위해서 절망적으로 여행하며 글을 썼다는 회상은 일반인들이 그의 성공을 보면서 느꼈을 부러움을 상쇄시킨다. 아마 그 절망적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버텨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것이다.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를 보면서 부러운웠던 것은 일본은 아르바이트로 투잡을 하더라도 버틸수는 있다는 것이다. 한국 같은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순히 생계 유지만을 위해서 전력질주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재능을 발견하기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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