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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0. 09:00 - 독거노인

[태국 치앙마이] 10월 5일



태국도 대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탁발하는 승려의 모습도 사라질거라 생각하고 있었는 데, 치앙마이나 치앙라이의 시장과 가게에서 새벽에 탁발승들에게 시주하는 모습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정말로 변하지 않는 모습들이 있고 종교적 전통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다시금 태국이 불교국가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종교와 생활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나라와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단절과 분절을 겪은 나라에서의 생활방식의 변형을 다시금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부패와 타락으로 점철되어 있는 태국의 불교가 과연 어느 정도 정화능력을 발휘하고 스스로 발전해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같이 든다.

태국 거리 곳곳은 얼마전 서거한 국왕 1주년 추모제가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추모 기념간판과 사진들이 걸려 있다. 현재 국왕의 사진이 걸려 있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이다.

치앙마이 시장은 어딜가나 활기로 넘쳐나지만 남쪽문에 있는 시장이 가장 마음이 간다. 규모도 크지만 물건도 더 다양하게 있다고 느껴진다. 내가 먹고 싶은 식재료들이 많이 있다는 건, 그만큼 욕심을 부리기 좋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욕심을 부려서 저녁에 미리 사놨던 음식들은 아침에 먹기에는 맞지 않아서 전부 실패했다. 결국 아침에 천천히 걸어서 시장으로 가 조금씩 사와서 먹은게 가장 좋았다.

도이수텝 가는 성태우 정류소에 나 혼자 앉아 있다.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아침 9시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혼자 앉아 있었다. 결국 한시간 정도 지나서야 인원이 차서 도이수텝으로 출발한다. 도이수텝 올라가는 차길은 구불구불하기가 웬만한 산길보다 더 급하다. 게다가 끊임 없이 성태우들이 달리고 있고 속도는 느린 길을 가고 있자니 매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 그 답답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업힐을 하고 있는 라이더들이 몇명 보인다.

도이수텝 안의 황금탑은 미얀마의 절을 생각나게 한다. 강렬한 햇빛에 번쩍이고 있는 금빛 탑과 그 주위에 모여서 한 없이 소원을 빌며 탑을 돌고 있는 신자들. 구름이 가득 낀 하늘 덕분에 전망대에 매달려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치앙마이 시내를 오래도록 바라봤다.  시내의 열기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시원함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멍청한 실수를 했다. 도이수텝 절 안에 앉아서 생각 없이 카메라를 만지다가 이번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한번에 지원 버린 것이다. 딱히 아깝지도 않은 사진들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기억나지 않는 기억들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들을 지워버린게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시 돌아오지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도이수텝에서 바로 점심 먹을 술집으로 가기 위해서 치앙마이 외곽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갔다. 그리고 도착한 술집에서는 그날따라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주위에 다른 곳으로 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기 때문에 그냥 안주만 우적우적 씹어 먹고 나왔다.

태국 여행가기 전에 태사랑 사이트를 여기저기 뒤적이며 흥미있는 것들을 나름 뒤졌지만, 실제 치앙마이에 와서 그 위력을 피부로 느낀다. 닭 고기를 뜯어 먹고 찰밥을 손으로 주물르고 있는 동안, 계속 한국말이 들린다. 손님의 90%가 한국 사람이다. 딱히 맛집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데, 다들 그 이른 시간에도 까이양을 먹으러 그곳에 와 있었다.

작년에 단골로 갔던 맛사지 샵을 찾았지만 결국 못 찾고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단정했었다. 하지만 내가 길을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더 골목 안쪽으로 걸어갔어야 했는데, 골목 입구에서 돌아오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 저녁 때 그 길을 가니 전에 나를 맛사지 해주던 맛사지사가 인사를 한다. 나를 기억하는 걸까 손님을 찾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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