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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 11:27 - 독거노인

변해버린 여행 스타일


인터넷에서 여행기를 읽다가 문뜩 변해버린 여행 스타일에 대한 글이 가슴에 와 박혔다. 젊은 시절 그렇게 이고지고, 아니 앞뒤로 배낭을 걸머지고 숨쉬기도 힘들어하며 걷고 걸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야간버스를 타고 12시간을 견디며 새벽 추위에 떨며 낯선 땅에 발을 내디디던 시절이었다. 운이 좋다면 제 시간에 도착 할 수 있지만, 보통은 길 위 어딘가에서 퍼져 그날 밤은 그렇게 불편한 의자에서 선잠을 자야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그런 알 수 없는 여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그런 야간 버스를 타고 어느 회사가 그렇게 좋지 않은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나부터 배낭 대신 자그만한 가방 하나 들고 다닌다. 게다가 이동하는 거리는 저가 항공이 가는 곳을 기준으로 보게 된다. 카오산,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였던 공간에 배낭 대신 길바닥을 굴러 가는 캐리어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 한다고 한다. 비행기가 가지 않고 일부 여행자들이 찾는 외진 공간은 더 이상 그 매력을 유지 하지 못하고 사그라 들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이쁜 사진들을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 급격하게 변해버린 여행 패턴에 내 스스로도 어느새 적응하고 그 시스템을 잘 이용하고 있으면서 내 가슴 속에 그리워 하는 공간은 훨씬 이전의 시간대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다다를 수 없는 공간이기에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했어야만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 쉽고 간편하게 공간을 이동할 것이다. 나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을 삶을 살거라는 걸 알기에 더 서글퍼지는 여행자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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