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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7. 09:16 - 독거노인

<나폴리 4부작>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인간의 오류들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배우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고 다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새롭게 배우는 과정을 다시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실수와 배움의 반복은 죽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폴리 4부작은 이런 인간의 순환 고리 속에서 느끼는 열등감, 번뇌와 타인에 대한 질시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뛰어난 인간이 느끼는 열등감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성취한 것에 대한 자만감과 자부심에 자리 잡은 화려함에는 타인에 대한 열등감과 질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 한다. 물론 타인의 장점과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어릴 적 친구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그 친구의 뛰어난 점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그 영향이 미치는 것을 느끼며 자신을 채찍질 하는 순간들은 열등 의식이 에너지로 쓰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채찍질 덕분에 어두운 나폴리라는 공간을 벗어나서 학문적으로 성취를 이루고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가정을 꾸리게 되는 엘리나의 모습은 그녀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가 만들어내는 열정의 결정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인생은 결코 어느 한순에 성공과 실패로 판단될 수 없고 긴 시간이 지나도 결코 쉽게 판단되어지지도 않는다. 결국 자신의 인생을 만족스럽게 느낄지 아니면 끊임 없이 느꼈던 열등감과 자극제를 통해서 얻은 자신의 산물들이 부질 없는 것처럼 느낄지는 결국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알 수 없다. 단지 인생은 계획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으며 타인의 생각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피누차의 싯점으로 끊임 없이 설명되는 릴라는 과연 어떤 실체를 가진 사람일까. 피누차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흠모했던 재능을 결코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 불운한 인물일까. 아니면 피누차가 자신의 영감이 오는 원천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실체는 결국 평범한 나폴리의 몰락한 여인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피누차가 실제 염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그 원천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녀의 열등감과 강박관념이 자신의 내부에서 이끌어 낸 허상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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