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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13. 08:57 - 독거노인

영화 <네번>


영화 제목 네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하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노인,염소,나무,숱이 네번을 의미한다는 걸 포스트러를 보고 알았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그저 정적인 자연풍광속에서 노인의 평화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인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보인다.

노인의 삶은 고독하지만 쓸쓸해 보이지는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자신의 할일이 있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 잘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사는 마을은 시간에 따라 다른 색깔을 들어내고 소란스럽지 않은 고요한 일상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오직 발생하는 소음은 염소와 양치기 개가 만들어내는 작은 소동정도다. 그리고 노인이 양들을 몰고 가는 산의 풍광은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제공한다.  

이 평화로운 풍경속에서 일상적인 죽음이 찾아온다. 노인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던 교회의 먼지들을 잃어버림으로써 찾아온 아침의 낯선 죽음. 어느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세상을 희미하게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죽음의 순간. 이 죽음의 순간마저 마을의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노인의 죽음을 지켜보던 염소들. 염소는 출산을 하고 새끼 염소는 우리에 갇혀 성장을 한 후 첫 외출을 한다. 하지만 무리에서 떨어져 돌아가지 못하고 나무 아래서 죽음을 맞이한다. 어린 염소를 품었던 나무는 다시 마을 사람들에 베임을 당하고 축제의 도구로 사용된 후 숱으로 거듭 태어난다.

이 영화에서 보이는 연결고리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통한 연결이다. 하지만 이 죽음은 영원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루고 있는 작은 연결고리들이 이어진 순환적 죽음이다. 어린 양의 불안전한 죽음이라던가. 나무의 베임으로 인한 생명의 끝 하지만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숱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숱으로 태어난 나무는 불꽃을 일으켜 완전한 소멸을 이루기전까지는 불안전한 죽음의 상태를 유지한다. 결국 이 숱이 일궈내는 불꽃에서 인간은 생명 연장을 위한 음식을 얻고 새로운 생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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