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4. 9. 28. 09:00 - 독거노인

[인도 고아] 9월 13일


함피로 갈때 버스 안에서 느꼈던 불편함은 고아로 가는 버스안에서는 안느껴지고 오히려 편하게 잠을 푹 잔 느낌이다. 분명 같은 길일텐데 흔들림도 별로 느껴지지 않고 운전도 상당히 부드럽게 한 느낌이다.





빤지 버스 스탠드에 도착하자 아직 새벽의 여명은 안보이고 형광등 불빛만 있다. 아마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달리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로 옆에서 맙사로 가는 버스로 옮겨 탄다. 맙사까지 거리는 얼마되지 않는데, 그새 비가 소강 상태로 변하고 있다. 



맙사 버스 스탠드에 도착하니 아직 안주나행 버스는 없다. 재숙이와 함께 맙사 버스 스탠드 옆 시장으로 이동한다. 일단 깨끗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챠이 한잔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한다. 식단 쥔장에게 잠깐만 배낭을 맡기겠다고 말하니 흔쾌히 승낙을 한다. 


동남아 새벽 시장을 몇번 봤던 터라 인도도 새벽 시장이 상당히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시작 시간이 늦는것 같다. 우리가 시장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막 시작 준비하는 상인들이 많다. 아직 손님들은 없고 상인들 빈자리도 많이 보인다. 생선 시장에서 다랑어 2kg 짜리가 500루피를 부른다. 새우도 1kg에 500 루피다. 같이 이동하는 사람수만 된다면 사서 진수성찬으로 먹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군침만 흘리면서 나왔다. 물론 숙소에서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머물렀던 숙소는 그게 불가능한 숙소였기 때문에 실제로 해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없지만 그냥 막연한 아쉬움만 남는다.

시장을 돌고 나오니 버스가 다니기 시작한다. 안주나행 버스를 타고 이미 익숙한 길을 되짚어 간다. 겨우 이틀 머물렀던 곳이지만 친숙하게만 느껴지는건 아마도 여행자의 습관인지 모르겠다. 짧게 스쳐가는 곳을 다시금 방문하면 왠지 모를 기시감이 찾아오는 것이다. 

안주나 숙소는 전에 머물렀던 그집으로 정했다. 주인장이 다시 돌아왔다고 아는체를 하며 가격도 그냥 400 루피에 흔쾌이 승낙을 한다. 동행했던 경숙이도 방도 넓고 화장실도 깨끗하다고 맘에 들어한다. 나는 이런 좋은 시설에서 온수 샤워를 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내 덕분에 숙소 좋은데 잡은거라고 강조를 했다. 

2시간정도 쉬고 올드 고아를 둘러보기 위해서 나섰다. 경숙이야 이동하느라 피곤한 날에 나를 따라 투어를 나설 이유가 없지만 내가 가자고 하니 그냥 같이 나선다. 일단 빤지로 바로 이동해서 버스 스탠드 옆에 있는 Take-Out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음식 양도 많고 가격도 싸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빤지의 오피스 촌에 있는 백반집 같은 곳이다. 

올드 고아 가는 길은 강가를 따라서 가는데, 그 길 양옆으로 아기자기한 조그만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게다가 색깔들도 알록달록하면서 시간이 주는 빛바램도 같이 느낄 수 있어서 더 없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길이다. 정작 올드 고아에 도착했을 때보다 가는 길에서 느꼈던 정취가 더 오래 남았다. 

올드 고아의 성당들은 인도 관광객들로 북쩍였다. 한 성당은 내부 수리중에 있어서 아쉬움을 남겼고, 다른 성당은 인도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느라 정작 성당 안에서 차분히 쉬면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아서 성당 구경을 포기해야했던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잘 가꿔진 정원과 고풍스런 성당은 분명 올드 고아만의 매력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곳에서 하루정도 숙박하면서 여유있게 쉬다 가도 좋을텐데, 올드 고아에는 숙소가 없는게 아쉽다.








더 이상 바랄것도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다. 그저 이 순간이 끝이 아니길.






돌아오는 길에 맙사 시장에서 새우 한봉지를 샀다. 파장 분위기라 새우를 파는 아주머니가 인심을 후하게 쓰셔서 생각보다 싸게 샀다. 시장안을 좀 돌면서 구경하니 전에 혼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이렇게 떠날 때가 되면 막상 보지 못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가장 아쉽다. 어쩌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여행자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쥔장한테 비용 지불할테니 새우 좀 삶아달라고 하니 그냥 삶아주겠단다. 그래서 시장에서 산 말린 과일을 좀 줬더니 아이들끼리 서로 뺐어 먹으려 난리다. 새우가 삶아지는 동안 숙소 앞 식당에서 빈달루를 포장하고 슈퍼가서 캔맥주를 사와 인도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는다. 


짧은 만남이지만 인도가 주는 공기 때문인지 여행자라는 신분이 주는 특권인지 서로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나처럼 짧은 시간동안 여행지를 스쳐가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만남이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행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춘천 워크샵  (0) 2015.04.13
[인도 고아] 9월 14일 ~ 15일  (2) 2014.09.28
[인도 함피] 9월 12일  (0) 2014.09.28
[인도 함피] 9월 11일  (0) 2014.09.22
[인도 함피] 9월 10일  (0) 201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