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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2. 09:00 - 독거노인

[인도 함피] 9월 10일




아침에 눈을 뜨자 씻지도 않고 그냥 아침 먹으로 동네 한가운데로 간다. 함피에는 아침에만 잠깐 문을 여는 식당들이 꽤 있다. 이런 로컬 식당들이 점심때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아침 잠깐 열고 다들 가게를 닫는다. 도착한 첫날 내 눈에 띄었던 식당에서 계속 아침을 먹는다. 음식맛도 그리 나쁘지 않고 가격도 상당이 싸서 좋다. 노천 식당에서 밥먹으며 옆에 앉아 있는 영국애들과 이야기했는데, 영국에서 디자인 계통 일을 한다는 애도 야근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한국은 야근해도 비용처리 안해준다고 하니 영국도 마찮가지라고 한다. 단지 프로젝트가 끝났을때 느끼는 성취감 때문에 일을 계속하게 된다고.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야근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침 먹고 바로 투어를 시작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냥 맘 내키는데로 오토바이를 빌리러 갔다. 동네 입구에 있는 오토바이 빌리는 곳은 오토바이 빌리는 가격보다 기름값이 훨씬 빘다. 오토바이 렌트비만 생각하다가 갑자기 더 비싼 기름값을 생각하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어차피 넓은 유적지를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서 자전거와 도보로 둘러보기에는 너무 귀찮게 느껴지니 돈으로 해결하기로 한다. 비용을 따지면 옆에서 계속 오토릭샤 빌리라고 이야기하는 기사가 제시하는 가격이나 오토바이 렌탈 비용이나 같다. 게다가 편하게 안내하고 장소까지 알아서 이동해주는 오토릭샤에 비해서 오토바이를 타면 내 스스로 모든걸 다 알아서 해야되니 귀찮은 것도 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한 것은 오토바이를 타고 유적지 이동도 있지만 가까운 마을에 맥주 사러 갔다오는 것이다. 함피 마을 내에서는 술을 팔지 않기 때문에 더운 한낮에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가 더 그리워진다. 


십년 넘게 안타던 오토바이를 타보니 낯설다. 여긴 헬맷도 안주고 보호 장비도 없으니 내가 알아서 조심해서 몰아야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토바이를 빌리면 긴바지와 긴팔을 입고 탈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냥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바람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다. 점점 뜨거워지는 열기 속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몰아본다. 아침 일찍 투어를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토바이를 달릴 때 느끼는 바람의 시원함이 없다면 도저히 견디기 힘든 열기다. 


















250루피에 유적지 두군데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입장권을 샀다. 매표원이 오늘 첫손님이라면서 "Very lucky"란다. 하지만 첫손님이 큰 돈을 내니 거슬러줄 잔돈이 없어서 유적지 구경하고 나오면 주겠단다. 사실 유적지 자체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아서 별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유적니 내부에 들어서니 그 아름다움 자체에 빠지고 말았다. 기둥에 새겨지 조각상들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작년 폰디체리 갈 때 들렸던 마말라뿌람의 그 식상함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유적지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말끔히 씻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하면 유럽을 생각하고 유럽의 긴 역사속에 존재하는 그리스나 로마의 영광을 되새기지만, 나에게는 인도에 남아 있는 유적 속 조각들을 보면서 그 옛날 부귀영화의 화려함과 퇴색을 다시금 돌이켜본다. 



유적지 입구 매표소에서 매표원과 가드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 알수 없는 숫자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잡담 몇마디 하다가 사진 찍어도 되나고 물으니 깜짝 놀라면서 사진 공개되면 자기 짤린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 나에게 빈칸에 숫자 하나를 선택해보라고 한다. 내가 이야기한 숫자는 다음날 그 의미를 알수 있다고 한다. 그냥 생각나는 숫자 하나를 불러주고 자리를 떴다. 


유적지로 가는 도로변에 앉아서 챠이 한잔을 마시면서 쉬고 있으니 어제 만난 한국 학생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그중 아는 학생과 눈인사만을 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자리를 떴다. 유적지 몇개를 더 보고 싶은데 날이 너무 더워서 다 포기하고 인근 도시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가는 도중에 사람들이 손을 흔들길래 세웠더니 꼬마 한명이 뒷자리에 탄다. 히치하이킹 한 꼬마를 중간에 내려주고 맥주를 파는 가게를 찾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술값은 상당히 비싸다. 와인 샵이 아니고 술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분위기도 음침하고 사람들도 별로 안좋아 보여서 바로 나와 함피로 돌아왔다. 



점심 먹고 사온 맥주 한병을 들고 어딘가에 숨어서 여유롭게 마시기 위해서 강가를 어슬렁 거려 본다. 사원 바로 옆 강가는 아무래도 기도 드리고 푸자를 올리는 사람들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 사람들이 잘 쳐다보지 않는 그늘진 곳에 앉아서 강을 내려다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자니 늙은 여자가 와서 먹다 남은 맥주를 달라고 손짓을 한다. 게다가 자기 먹을 과자까지 사달라고 해서 측은함보다는 왠지 짜증을 일으킨다. 결국 먹다 남은 맥주를 주고 자를 털고 일어났다.



오후 잠시 눈을 붙였다 뜨니 비가 오고 있다. 오토바이를 그냥 반납하자니 입장료와 렌트비가 가꾸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로터스마할을 보러 가기로 했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오토바이 빌려주는 애가 지금 출발하면 도중에 기름 떨어진다고 이야기를 한다. 결국 100루피만큼 기름 채우라는데, 왠지 비싼 기름을 자꾸만 넣게 만들려는 수작 같아서 넣고 싶지 않지만 기름 떨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무래도 불안하여 그냥 출발하기는 불안하다. 결국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내 지갑에 있는 잔돈 30루피어치만 기름을 채우고 출발하였다.


도로위에 달리고 있다니 뜨겁던 햇살은 가시고 비온 후의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다. 하지만 하늘은 맑지 않고 비는 계속 올것만 같다. 


로터스마할에 들어가니 비 걱정은 잠시 잊혀진다. 생각보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성곽은 꽤 운치 있는 한폭의 셋트장 같다. 뜨거운 열기속에서 정원 한가운데 서 있었다면 아마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늘은 성곽을 둘러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결국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고 좀처럼 그칠것 같지 않다. 구석자리에 뛰어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자너 코친에서 왔다는 인도인들도 비를 피하러 들어온다. 서로 맹숭맹숭 비만 그치기를 기다린다.







나는 오토바이를 6시까지 반납하기로 했기 때문에 비가 완전히 그치기를 기다릴 수 없어서 결국 뒷편의 코끼리 사원으로 비를 맞고 뛰어 들어갔다. 딱히 인상적이지 않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이정도면 입장료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오토바이를 함피로 급하게 몰기 시작했다. 함피가 가까워지자 비가 천천히 그쳐간다. 


함피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언덕에서 인도인이 "STOP"을 외친다. 무슨일인가 해서 멈췄더니 자기가 경찰이라면서 운전면허를 보여달란다. 그러면서 오토바이 키를 잽싸게 뺏어 간다. 갑자기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서 경찰이라는걸 증명하라고 할려다가 그냥 고분고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함피에서 빌린 오토바이인지를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하니 순순히 보내준다. 뭔가 뒷거래가 있는건지 아니면 캥기는게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키를 돌려받았으니 나야 함피로 들어가면 끝이다.


오토바이 반납하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으니 폭우가 쏟아진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은 비가 그칠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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