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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2. 09:00 - 독거노인

[인도 함피] 9월 9일


침대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몇번의 불시검문 때문에 정차하고 야식을 위한 한번의 정차가 있었는데, 화장실은 너무 불결하고 식당도 허름해서 그냥 달구경만 했다. 시커먼 하늘에 보름달인지 가로등처럼 빛나는 달이 떠 있다. 버스 탈때는 너무 후덥지근 하더니 창문을 열고 달리니 서늘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해진다. 


인도의 시간은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도착 예정 시각인 새벽 6시에 함피 버스 정류장에 정확하게 도착한다. 너무 이른 시간에 너무 정확하게 도착을 하니 낯설다. 버스 입구에 몇몇 삐끼들이 달려드는데 걔중에 인상이 착해 보이는 오토릭샤 애 하나를 잡고 방을 보기로 한다. 10Rs 주고 숙소를 찾아 돌기로 했는데, 첫 숙소 주인과 가격 협상이 끝나 버려서 그냥 눌러 앉았다. 몇미터 이동하지도 않고 10루피를 지불했지만, 숙소가 괜찮아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했다. 게다가 새벽의 찬 공기는 여행자의 기동성을 완전히 상실하도록 만든다.


버스에서 설친 잠을 보충할려고 씻고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들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9시가 넘어서 문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동네는 의외로 아기자기하고 소박하다. 마치 영화세트장으로 지어진 집들이 있는 곳 같다. 숙소 앞 가게에서 챠이를 한잔 마시고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동네가 너무 작고 소박하지만 낮의 열기는 골목 안에 머물기 힘들게 한다. 팬이 돌고 있는 숙소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강변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작은 동네라서 인적이 드물거라 생각했는데, 강변쪽에 의외로 사람들도 많고 장사하는 노점들이 꽤 있다. 강변에는 빨래하는 사람들과 목욕하는 사람들 그리고 푸자 의식같은 종교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이 있다. 



강변을 따라서 계속 걷다보니 점점 인적이 없어진다. 그리고 바나나 나무가 무성한 길을 따라 계속 걸으니 결국 강변을 벗어나 인근 도로변으로 나오게 되었다. 길 끝에 학교가 있어서 그냥 문 열고 들어가봤다. 선생님은 낯선 이방인이 아무렇지 않은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더니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고함을 한번 지르고 그 옆에 남자와 열심히 뭔가를 한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은 자꾸만 나를 쳐다보고 나는 그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내 옆에 있던 꼬마 녀석은 공부에는 관심히 없고 내 카메라에 더 관심이 많은 듯 자꾸만 만져보고 싶어 한다. 작고 귀여운 꼬마 여자 아이는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아닌 것 같은데, 조그만한 개인 칠판에 무언가를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나를 쳐다보고 뭐라 웅얼 거린다. 


함피로 돌아오는 도로변은 한낮의 열기로 하얗게 변해 있다. 초록빛 나무도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색깔을 잃어버렸으며 뜨거운 바위는 형태를 잃어 색만 남은 것 같다. 함피로 들어서기 전에 있는 가네쉬 사원에 들어가 언덕을 오르니 함피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덥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전경들에 눈이 뺏겨 바위 위를 이리저리 옮겨 다녀 본다. 


너무 더운 나머지 숙소로 돌아와 낮잠에 빠져들었다. 한국에서의 일상처럼 모든 것들이 반복되는 느낌이지만, 오후에 잠시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더위를 피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반복되는 무료함보다는 자유로움이 주는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함피로 돌아오는 도로변은 한낮의 열기로 하얗게 변해 있다. 초록빛 나무도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색깔을 잃어버렸으며 뜨거운 바위는 형태를 잃어 색만 남은 것 같다. 함피로 들어서기 전에 있는 가네쉬 사원에 들어가 언덕을 오르니 함피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덥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전경들에 눈이 뺏겨 바위 위를 이리저리 옮겨 다녀 본다. 













너무 더운 나머지 숙소로 돌아와 낮잠에 빠져들었다. 한국에서의 일상처럼 모든 것들이 반복되는 느낌이지만, 오후에 잠시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더위를 피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반복되는 무료함보다는 자유로움이 주는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잠을 깨고 일몰 보기 좋다는 마탕가힐로 가본다. 입구쪽에 길게 늘어서 있는 건물에 경찰서 가 있다. 유적지 건물속에 존재하는 경찰서라니, 왠지 권위적인 느낌보다는 낭만적인 경찰서처럼 느껴지지만, 소설속에 등장하던 경찰의 이미지와 인도의 행정을 생각나는 바람에 그런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망탕가 힐로 올라가는 입구부터 돌계단으로 상당히 가파르게 형성되어 있다. 그만큼 경치가 보상해줄 거라 믿으면서 뒤를 돌아보면 오르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 길이 엉망이고 관리가 안되서 생각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내려다보는 경치 때문에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숨이 거칠어지는 만큼 함피의 풍경은 변하고 있다. 나의 숨이 더 이상 쉬어지지 않는 순간까지 올라간다면 아마 지상에 없는 최고의 풍경을 볼지 모르겠다. 


의무감이 없는 여행을 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결국 이렇게 또 사서하는 고생을 동반한 의무감이 가득한 경치 구경을 시작하고 말았다. 홀로 여행한다면 그 비어 있는 시간을 이런 의무감으로 메꾸지 않는다면 견디기 힘들게 느껴지는 걸보면 결국 나도 뭔가 쫓기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평범한 한국인으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도 없는 마탕가힐의 정상은 고즈넉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쓸쓸함과 서서히 저물어 가는 햇살이 주는 따스함이 베어 있다. 이런 버려진 유적지에서 맞이하는 일몰의 순간은 쓸쓸하고 무섭우면서 두렵고 희열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잠시 뿐 누군가가 거친 숨을 쉬면서 올라오고 있다. 열심히 올라온 인도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뒤따라 오는 프랑스애들을 보면서 나는 하산 준비를 한다. 샌들을 신고 어두운 돌계간을 내려갈 자신이 없어서 해가 지기전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식당에 들어갈때까지 해가 지지 않았으니 너무 이른감이 있는 저녁이지만, 딱히 다른 할거리를 찾지 못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 산책을 하고 옥상에서 아직 여운이 남은 일몰을 마저 볼까하고 동네를 어슬렁 거린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하늘을 보고 있자니 같이 묵고 있는 프랑스애들이 술을 사가지고 올라와 떠들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옥상을 양보하고 바로 사원구경을 했다. 낮에는 더워서 들어가기 싫은 사원이지만, 보름달이 크게 떠 있는 사원은 또 다른 조명이 필요 없는 완벽한 연극 무대처럼 보인다. 사원 안은 잠자는 사람들과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사원을 빠져 나와 숙소앞 가게에 가서 안마를 한다는 인도애하고 농담을 나누고 있자니 한국애들이 지나가다 아는 체를 한다. 코친에 기숙사에 머물면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애들이 단체로 연휴기간에 관광을 왔다고 한다. 2년전에 여행했던 코친이라 왠지 반갑고 호기심이 발동한다. 코친은 학구열이 높고 심지어 과외도 성행한다고 한다. 애들과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단체 여행이라 자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일찍 해에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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