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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8. 09:00 - 독거노인

[인도 고아] 9월 14일 ~ 15일




그저 떠나기 좋은 날씨였다. 단지 떠나기 위한 변명이 필요했을 뿐.


아침에 빗소리 때문에 잠을 깬다. 지금이 인도 우기라는 걸 분명하게 알릴려는 듯이 밤새 빗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새벽녘에 들리는 빗소리가 천정에서 돌아가는 팬소리인지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인지 구별이 안되게 가늘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내 숙소 앞 길에 고인 물웅덩이를 보니 적잖이 온게 분명하다. 








옆방의 경숙은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나갔는지 방문이 잠겨 있다. 나도 마지막 챠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어서 해변쪽으로 나간다.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낯익은 배낭을 맨 뒷모습이 보인다. 알렉스 형님과 동현이 길을 따라서 무작정 걷고 있는게 보인다. 덕분에 산책길은 포기하고 바로 숙소 안내하고 하룻만에 밀린 이야기로 정신이 없다. 겨우 하루만인데 여행지에서 느끼는 시간은 엄청나게 길었던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 사이 경숙도 돌아와서 반갑게 인사하고 알렉스 형님이 가지고 있던 빵과 차로 아침을 대신한다. 


형님은 밤차로 이동해서 피곤해서 쉬신다고 하고 나머지 두명이 떠나는 나를 배웅한다고 따라 나선다. 빤지까지 가는 길이 이제는 아침 출근길처럼 익숙하면서도 마지막 길이기에 자꾸만 되뇌이게 된다. 


어제 먹었던 빤지 식당은 오늘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배는 고프고 날은 더워 다들 머릴 가기보다는 열린 가게에서 대충 아점을 먹길 원해서 바로 근처의 문연 가게에서 더위와 허기를 피해본다. 


막상 허기진 아점을 해결하고 나니 애매하다. 경숙은 자꾸만 더 있다 가라하고 떠나는 나도 시간이 아까워 밍기적 거리다 결국 빤지 구시지로 들어갔다. 일단 인도의 커피 체인인 커피 데이에서 더위를 피하면서 나는 허기진 배를 또 한번 채웠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결국 비행기 시간이 빠듯하게 다가왔고 내게 남은 루피로는 공항까지 가겠다는 택시가 없어서 경숙과 동현이 100루피씩 보태서 나를 택시 태워 보내준다.


이로써 인도와는 또 다시 긴이별을 하게 된다는게 실감난다. 지루한 공항의 대기 시간들, 1박 2일동안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멍한 상태들. 이것이 여행이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예전에 자주 꾸던 악몽이 있었다. 내 몸이 늪과 같은 알 수 없는 곳에서 허우적 거리던 꿈이었다. 나는 분명 안간 힘을 쓰며 벗어나려 헤엄쳐 보지만, 그 자리에서 조금도 나아 갈 수가 없었다. 마치 무엇인가 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듯한 그 꿈속 악몽은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나의 컴플렉스였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런 악몽같은 늪을 벗어나 맑은 물에서 헤엄치는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내 나이에 내 인생에서 갇혀 있던 많은 속박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조금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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