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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7. 20:40 - 독거노인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일상에서 매일 반복되지만 가장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게 먹는 행위 아닐까 생각된다. 먹는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삶을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행위일 뿐일수도 있지만, 결국은 생명이 이어지는 모든 순간에 멈출 수 없는 행위이고 죽음의 순간에도 남는 사람들은 죽은 자를 위해서 먹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일본 작가들은 왜 유럽의 시골 구석으로 찾아 들어갔을까? 자신들이 속하는 삶이 아닌 낯선 이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서 간 것일까? 아니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동일한 행위가 어떤 곳에 존재하는지에 따라서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동일한 방식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일까. 어느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유럽의 어느 곳에서도 통속적인 삶은 이어지고 그 삶속에서도 기본적인 먹는 행위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먹는 행위 그 자체는 동일할지 모르지만 그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 달라지고 음식의 맛도 변하고 향도 달리 퍼지며 생각하는 방식도 변하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에너지가 넘치고 그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발산하는 시간에는 먹는 행위와 관련된 것들이 그저 에너지를 불태우기 위한 의미로 밖에 받아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그 단순하고 지겹도록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결국은 그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먼 옛날의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의식이 존재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먹는 행위는 일순 자신만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자신과 더불어 함께 食을 행하는 이들과의 오래된 연대 의식이 존재하며 그들과의 깊은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기나긴 대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살펴보는 유럽의 작은 마을들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인생의 사건들이 긴 시간을 지나면서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결국 그 긴 시간을 지나고 자신을 돌아봤을 때 자신이 도망가고자 했던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가느다란, 끊어지지 않는 실을 몸에 감고 결국 그 실을 따라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들을 발견한다. 바람이 불면 더 높은 곳으로 도망가 버릴 것은 연이지만 결국은 누군가가 팽팽하게 잡아 당기는 실패에 묶여서 여기저기 하늘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처럼 그들을 묶고 있는 정신적 뿌리는 바람이 분다고 그를 높아주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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