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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14. 20:21 - 독거노인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세상 물정 모르고 내 맘데로 떠돌던 시절에는 지금 내 나이에는 한국에서 살거라 믿지 않았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지언정 결코 한국 땅에서는 살지 않으리라 했건만 나이가 들고 현실에 안주한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그 염원들은 어느새 이룰 수 없는 열망과 열등감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 열망은 언제가 마음 한구석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서 언젠가 다시 불을 지피리라 생각하며 산다. 


언젠가 나도 세상을 떠도는 nomad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떠돌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항상 훔쳐보고 있다.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를 떠돌고 있는가. 나도 그들과 같은 무리속에 끼어들고 싶다는 열망이 타오른다. 그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휩쓸고 있을 때 내 마음속은 더욱 더 고통스러워진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를 염원이라서 그럴 것인가. 아니면 지금 그들이 머물고 있는 세상이 나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이라 더욱 더 슬픈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슬픔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것이 여행기다. 책으로 대신 위안을 얻는 여행기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 혹은 언젠가 내가 그 땅을 밟을 것이라 상상하며 꿈을 꾸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위안보다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서글픔을 배가 시키는 면이 있는 책이다. 내가 닿을 수 없기 때문에 더 깊은 상처를 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밟고 싶은 땅이 가지는 깊은 곳에 베어 있는 한 때문이다. 남아메리카는 발견되어진 땅인 만큼 혹독한 시련을 겪은 곳이다. 게다가 그 시련의 결과로 원주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리고 자신의 땅에서 소외 되었으며 그들의 정신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슬픔이 현재까지도 현실속에 깊이 파고 들어 있기 때문에 땅의 주인들은 아직도 떠돌고 있다. 


저자는 다른 여행기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남미를 탐험한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남미의 토속음악과 민중 음악들을 찾아 먼길을 떠난 것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음악의 세계이자 원주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한을 담은 소리들이 나열된다. 물론 남미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음악이 널리 퍼져 있어 그들이 가지고 있던 소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하지만 그 소리를 지키는 굵직한 뮤지션들이 있어 그 계보를 잇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그런 굵직한 울림을 만들었던 아티스트의 궤적을 찾고 그 흔적들을 밟아 간다. 그 계보는 결국 칠레에서 끝이 나는데, 칠레의 슬픈 역사와 깊이 얽혀 있어 지금도 잊혀질 수 없는 슬픔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우리들이 잊을 수 없는 과거를 가진것처럼 칠레 국민들은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지금도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들이 노래 속에 남아서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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