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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4. 09:00 - 독거노인

<조지오웰을 따라서: 버마>


버마는 인도의 일부로 영국의 통치를 받다 아웅산 장군이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독립을 쟁취한다. 여느 신생 독립국들과 마찬가지로 독립 후 극심한 혼돈과 혼란속에 휩쓸린다.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한 아웅산 장군의 암살 당한 후라 버마를 카리스마 있게 이끌어갈 지도자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결국 군부가 나서게 되고 네윈 장군이 쿠데타를 통해서 버마를 장악하게 된다. 이후 역사는 버마식 사회주의의 길을 걷다 결국 마오의 문화혁명과 같은 거대한 비극을 만들고 만다. 중국은 마오 사망 후 개방화의 길을 걷지만 버마는 사회주의 실험 실패 후 오히려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며 긴 장막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저자는 조지오웰이 영국 식민지 경찰로 근무하던 버마 지역을 여행한다. 그녀는 조지오웰이 근무하던 지역들을 여행했다기 보다는 탐험하듯이 그 흔적들을 따라가는 여정을 선택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탐험이라고 해야하는 것은 일반 여행지를 벗어나 미얀마 현실 깊숙히 들어가는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가 가는 지역에서는 그녀에게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미얀마 군부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교묘히 스파이를 심어 놓고 전 국민을 감시하고 있으며 미얀마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극히 꺼려하기 때문에 그녀가 가는 길은 항상 감시의 눈길이 따르고 의심의 눈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가는 일상적인 흔적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미얀마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 속으로 들어가 보기를 원한다. 1988년 미얀마 안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은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하지만 이 민주화 운동은 결국 군부의 탄압으로 실패로 끝났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감옥에 투옥되었고 어떤 이들은 외국으로 망명 길을 떠나야만 했다. 이 민주화 운동 때문에 군부는 미얀마 민중을 더욱 옥좨는 길을 선택했다. 


조지오웰은 제국주의 경찰로서 미얀마에서 인생을 시작했을 때 여느 유럽인들처럼 오만함과 거만함으로 피식민지인들을 멸시하며 천시하였다. 그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떤 이유에서 자신의 인생관이 바뀌어서 제국주의를 혐오하는 쪽으로 옮겨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그가 가졌던 제국주의에 대한 불만과 혐오는 미얀마를 떠날때쯤에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가 경찰직을 그만두고 영국과 프랑스를 떠돌면서 밑바닥 인생에 대한 체험을 르포타주 형식으로 엮은 책에서 나타나듯이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들에 대한 연민과 자신이 그 삶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느끼는 삶의 절박함이 잘 묻어나 있다. 조지오웰은 그 생애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병상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 마지막 소설을 기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배경은 미얀마였다고 한다. 아마 그가 가장 애정을 느끼고 그의 떠날 수 없는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마음속의 땅이 미얀마였음은 분명하다.


현재 미얀마 군부가 누리는 위상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를 현실에 옮겨 놓은 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미얀마 안에서는 이런 이유로 <1984>를 금서로 지정했다. 하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조지오웰의 소설(처음 미얀마에서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을 은밀하게 구해서 읽고 있으며 군부에 들어내 놓고 저항하지는 못하지만 그들만의 내면에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되새기고 있다. 저자는 민주화 운동 당시 그 속에 참여 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역사를 물어보며 현재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읽어내려 한다. 어떤 이들은 희화화된 냉소와 농담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떤 이들은 냉담하면서 진지하게 역사의 일부를 들어낸다. 그들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중인 것이다.


밀레니엄의 흥분이 가득하던 순간 나는 미얀마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다. 세기의 전환점이었지만 미얀마는 그저 속세를 떠난 것처럼 차분하게 가라 앉아 있었다. 어쩌면 그 고요함은 인위적이고 강제된 순간이었을 것이다. 밖으로 들어날 수 없는 미얀마의 현실을 나는 그저 지나쳐가는 여행객으로서 그렇게 밖에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전해주는 온정을 오롯히 읽어내지 못하고 여행자의 불안한 마음과 눈으로 피상적으로만 느끼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피상적으로 느낀 온정마저도 내게는 가슴 깊이 가라 앉아 있는 앙금같은 찌꺼기로 지금까지도 털어낼 수 없는 작은 열망을 불피우는 불씨로 살고 있다. 언제가는 다시금 그곳으로 돌아가리라는 일념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