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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20. 09:00 - 독거노인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남미라는 단어가 배낭 여행자들의 로망이 된지도 한참 지난 것 같다. 거대한 땅과 비교할 수 없는 풍이광 그리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은 마치 서부 개척 시대에 황금을 찾아서 무작정 서쪽으로 달려가던 골드 러시를 생각나게 한다. 그곳에는 분명 황금이 기다리고 있고 누구나 황금으로 부자가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 아마 남미를 가면 여행자들이 꿈꾸던 어떤 이상을 채워 줄 공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공간이다. 아마 마음껏 떠돌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그 옛날 황금을 찾아 신세계로 나아갔던 그 이상향과 똑 같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곳에 도착한 이들은 그 옛날 약탈로 자신들의 빈약함을 채우던 유럽의 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풍요로운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그들을 보며 약탈적으로 파고 드는 관광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이 아니면 그 좋은 남미의  풍광도 골드 러시때 만들어졌던 마을들이 어느 순간 쇠락의 길을 걷듯이, 소비되고 사라지는 게 아닐까.


아니 이런 우려나 부러움은 그저 떠나지 못한 자가 상상하는 한낱 열에 들뜬 헛소리일 뿐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남미를 보면 분명 이런 헛소리를 날려 버릴 아름다움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대의 유적지가 하늘 가까이에 남아 있고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의 구분이 사라지는 공간도 존재한다. 이런 멋진 곳이 있는 데 방랑의 피가 끓고 있는 이들이 어찌 가 보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풍광을 여행하면서 저자가 가슴 속에 비수를 꽂고 여행하듯이 무엇인가에 절박함을 느끼며 강박관념 같은 여행의 의미를 찾는다. 여행이란 모든 사람이 가지는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굳이 여행을 통해서 더 나아지고 더 넓어진 견문이 존재해야된다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자기개발일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 분명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더 넓은 견문을 통해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그리고 그런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강박관념 같은 의식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면 얼마나 피곤한가. 여행이란 때로는 지친 정신이나 육체가 조금은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것이 되던간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에서 벗아났다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고 그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여행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글이 주는 힘, 문장력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좋은 풍광과 깊은 역사가 담겨 있는 유적지와 유산이 있는 땅 위에 서 있지만 저자의 글에서는 왠지 그냥 그런 땅을 스쳐지가는 관광객의 느낌만이 존재한다. 좀 더 깊이 있는 고찰이나 책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없다. 여행기라하여 여행지의 감동이 고스란이 전해져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글을 써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라면 자신의 값어치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들어낼 수 있는 글을 써야하지 않을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지쳐가는 작가의 문장력이 여실히 느껴진다. 책을 읽는 나까지도 그 글을 따라가기 지칠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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