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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12. 09:43 - 독거노인

연극 <염쟁이 유씨>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이는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일 것이다. 현실을 벗어나는 순간이 죽음이라면 이미 생명이 끝난 몸이 이승과 마지막 작별을 하는 순간이 염일 것이다. 동양적 전통 사상에 따라서 염을 하고 마지막으로 산자와 죽은자는 이별을 고한다. 이 염의 과정도 전통적 생활이 해제되면서 공동체의 집단 의식에서 점차 개인적인 가족사로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상여가 나가고 마을 전체가 술렁이던 장례의식도 한가족만이 고스란이 떠 안는 조그마한 의식이 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로 죽음의 의미도 변하고 만 것이다. 


염쟁이 유씨는 자신의 마지막 염이라며 관객들에게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전통적인 염의 과정이 가지는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그의 인생에 대한 회한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노 드라마인 만큼 주연배우의 연기력에 모든 힘이 실려서 인생 역정 이야기를 풀어가겠지만, 이 연극은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엮어낸다. 특히 관객들을 단순한 연극의 관객으로 상정하기 보다는 하나의 전통 문화 체험속으로 뛰어든 관객으로 상정하고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기 보다는 좀 더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도록 무대속의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염쟁이 유씨가 바라본 염의 과정에는 그 시신이 살아온 생의 모든 역정들이 담겨 있다. 단순히 망자를 씻기고 그를 달래는 과정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혼의 중재자로서 그속에 느껴지는 회한들을 살풀이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인생 역정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인간적 숙명임을 깨닫는 순간 그 숙명이 자신의 운명속 가족들과도 괘를 같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연극속에서 한참 웃다보면 숙연한 죽음의 향연속으로 깊이 빠져 있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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