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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 09:22 - 독거노인

<조직의 재발견>



<88만원 세대>로 워낙 이름을 날린 우석훈의 "한국경제 대안 시리즈" 2번째 책이다. 사실 <88만원...> 책은 워낙 이름을 날리고 세간에 회자되었으나 게으름으로 인하여 정작 읽지를 못하고 그 2번째 책부터 읽게 되었다. 뭐 굳이 앞의 책을 안읽어도 되겠다 싶은것은 우석훈이나 장하준이나 현존하는 사회체제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교체해보자는 생각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극단적 극복 방향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하나의 교양도서로서 밖에 안읽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한 책들이 주는 좋은 점은 일단 현시스템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좀 더 세밀한 진단을 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 방식으로 시스템을 교체하고 하는 측에서는 방법론적 접근 때문인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분석 자체를 전체적으로 보는 경향은 있어도 세밀한 부분들까지 파고 들지를 않는다(접근 방식면에서는 굳이 세밀한 분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게 당연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조직론에 관한 고찰인데, 조직론이 아직까지 확실하게 선도하는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 회사 조직 자체가 블랙박스로 그것을 어떻게 규명해야할지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부분이 논란에 있다는 것 자체도 미스테리하지만, 역시나 경제쪽으로 파고들면 들수록 인간이 요소가 얼마나 모호하고 정의하기 힘든 존재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신경제시스템으로 들어서는 시기에 조직에 대한 고찰 없이 주어진 신자유주의 경제의 시스템에서 산출된 인재를 현재의 조직구조에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외부 환경이 변하면 내부도 변해야 능동적인 적응이 되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만 그렇지 못하고 주저 앉으면 결국은 기업도 하나의 생명체처럼 소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유기론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신선한 부분은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는 우경집단인 교회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봐도 대한민국의 제일 단단한 조직이 교회로 보인다. 현재의 권력구조를 확실히 지지하는 조직은 교회라는 조직이 그 선두에 있다고해도 틀린말이 아니니. 

마지막으로 기업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존재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책의 표현데로 영속성을 원하는 존재), 단지 선택을 할 뿐이라고 하지만, 과연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선한 존재인가. 그들이 단지 생존하기 위해서 비자금을 형성하고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서 비상식적인 편법을 동원하는 모습이 당위성을 인정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한국민들은 삼성 혹은 대기업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증은 종이 한장 차이 아닌가. 내가 보기에 그들은 존재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어떠한 댓가를 치르고라고 국민들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족속으로밖에 안보인다. 

내 기준으로 가장 관심가는 분야가 재벌의 해체이다. 물론 책이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존하는 재벌들의 조직관리의 문제점과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맞딱드리게 될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 하지만, 더 큰 조직을 작은 조직으로 분할해서 조직의 효율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삼성이 해체되고 산별 체제로 전환된다면 과연 이 나라가 망할까. 

네트웍 이론에 따르면 연결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연결점들만을 유지하는 것이 네트웍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관리이다. 따라서 조직도 슬림화가 될수록 효율적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면서 거기서 창출되는 에너지를 이야기하지만 이미 관리할 수 없는 혹은 관리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조직보다는 이 방식이 더 아름다울 수 있을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에 대한 희망에 대한 생각들이 보여준, 이건희 회장 구속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한 직원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했다. 어차피 삼성은 지금 분화과정에 있지 않은가. 삼성으로부터 분화한 CJ도 있고, 조만간 분화될 호텔 신라(이건희 딸이 맡을거라고 하는데)도 있고. 어차피 삼성이 해체되도 삼성 공화국이 될만큼의 충분한 회사들이 존재한다. 내 견해로는 세계 1등하는 기업 1개가 나라 먹여 살리는 것보다 세계 1000등하는 중소기업 1000개가 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양성이 이런식으로 적용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다품종 소량화, 전문화가 촉진된다면 이걸 재벌 혼자서 다 해먹는것보다 중소기업 하니씩이 전문화 혹은 특화되는것이 전체 경제를 위해서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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