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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30. 09:04 - 독거노인

<시마노 이야기>


막연한 향수에서 시작하여 자전거를 타게 됐다. 어릴적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그 기억은 아련해서 그때 어떤식의 기분이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막연한 기억이 달릴때의 쾌감을 자극하고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그 향수에 맞춰서 자전거도 기어가 없는 픽시 스타일로 구매를 했다. 어떤 이들은 위험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장난감 자전거로 취급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아무것도 거추장스러울게 없어서 편한 어울리는 자전거라 생각한다. 


자전거에도 장비병이 심해서 고급 자전거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생활형 자전거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하지만 일단 자전거에 발을 들이면 대부분은 고급 브랜드와 장비를 추구하는 스타일들로 변하게 마련이다. 이런 고급 브랜드로는 자전거를 잘 알지 못하는 나조차 아는 시마노와 캄파놀리아라는 브랜드가 있다. 전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자전거 부품회사이고 후자는 오랜 전통과 자전거 역사를 같이 하는 이태리 브랜드다. 지금 읽은 책은 전자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책이다.


작은 철공소에서 시작해서 자전거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이 된 회사. 어쩌면 신화와 같은 존재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전거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본다면, 대체 자전거도 아니고 부품만을 만들면서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일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자전거 부품이나 거기에 들어가는 소모품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읽고난 지금도 느끼는건 자전거도 단순히 발로 젓는 정도에서 끝나는게 아닌 테크닉과 기계적 매커니즘 이해가 필요한 스포츠라는걸 미약하게 느끼고 있다.


자전거 역사에 있어서 캄파놀리아는 시마노를 훨씬 앞질러 있었다. 이제 막 태생한 시마노는 커다란 골리앗을 상대로 원대한 포부를 키워나가는 다윗이었다. 조그만한 제철소에서 시작한 시마노가 거대 기업이 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런 포부를 실현하기 위한 기업의 자유로운 연구와 이를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고 그에 맞춰서 아끼지 않는 투자는 호황기를 맞았을 때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시마노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신제품 개발이다. 이는 단순한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자전거 역사에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루어내는 과정의 산물들이었다. 이 혁신적인 산물을 만들어내는 직원들은 단순히 월급만 받고 그만큼 일하는 자세가 아니라 아낌없이 후원하는 회사의 지원에 맞춰서 자신의 삶의 일부와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봐도 어려울 것 같은 모습중 하나가 과감하게 사원을 해외 현장으로 내보는 것이다. 단순한 출장이 아니라 실제 자전거가 혹한 시련을 겪고 있는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기위해서 파견되는 것이다. 그 파견 조건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가서 보고 익히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이런 자율적인 방식의 지원이야말로 직원들의 최대한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뚜르드몽드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시마노의 역사를 새로 쓴, 아니 이미 새롭게 쓰여진 페이지를 단순히 넘긴것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이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무지한 소비자들조차 시마나가 만든 부품을 동경하고 비싼돈을 투자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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