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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1. 09:00 - 독거노인

<일본 경제의 현상>


개인적으로 일본 현경제 상황에 관심이 간다. 그토록 길고 길었던 잃어버린 시간이 과연 다시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잃어버린 시간은 영원히 지속될 것인가. 사실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이야기는 그들이 그토록 누리던 번영에 대한 향수일텐데 그 향수의 절정은 1980년에 호황을 누리며 일본 전역에 뿌려지던 돈다발에 대한 것이라. 경제적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고 그 버블의 폭발이 만든 영향은 잃어버린 세월이라는 수사로 대변되면서 일본인들의 가슴에 깊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객관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다가올 저성장의 시대가 너무나 갑작스레 다가온 것이 충격으로 느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 아베노믹스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연 저성장의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존재하는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에서 전하는 소식은 모두가 들뜬 기분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만들어낸 재정적자로 인해서 경제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자극이 실물경제에서 작동한다면 현재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양적완화에 대한 시각-미국이 양적완화 덕분에 공황으로 가지 않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음을 감안해서 볼 때-을 다시금 재고해 봐야할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1996년의 경제 보고서일 뿐이다. 이미 시간이 20년이나 지났는데 굳이 분석 시점이 지나면 유효성이 상당히 반감되는 보고서를 지금 다시금 읽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일본 경제 상황은 다시금 되짚어 볼만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특히, 일본 불황의 시작부분에 해당하는 싯점에서 경제학자들이 분석하는 불황의 이면에 있는 환율과 구조조정 부문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맞춰서 이해해 볼만한 시각을 제공한다.


일본 불황의 구조적인 면에서 생산기반의 해외이전 부분을 보면, 이미 임금경쟁력과 효율성면에서 동남아가 중요한 생산기지로 떠 오름으로써 노동집약적 부분들은 어쩔 수 없이 동남아로 이전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고도화된 하이테크 제품들마저도 생산기지를 이전함으로써 국내 생산이 차지하는 부문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지적한다. 이는 엔화 강세와 맞물려서 저가 제품들이 일본내로 쏟아져 들어옴으로써 물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지만 일본내에 남아 있던 제조업들이 더 이상 가격 경쟁력에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많은 고용부분을 담당하던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남아 있던 기업들은 더 이상 체산성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저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고도화를 통해서 고용을 줄이고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한계까지 끌어오렸다는 것이다. 이로써 실업율은 더 올라가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서 많은 인력들이 해고된 상태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함으로써 기업의 효율화 과정을 거친다. 결국 더 이상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1990년대에는 기업이 내부적인 효율성을 끌어올렸다면 2000년대에는 기업간 통폐합 혹은 매각등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거친다. 이는 경쟁력이 존재하지 않거나 중복투자되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효율화를 극대화 하도록 외부의 압력에 일본 경제가 반응해 왔음을 시사한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 자체도 이미 고용의 한계를 넘어서 업종간 통폐합을 요구하며 구조적 효율화를 요구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그동안 누리던 풍요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제구조에서 보았듯이 이미 제조업의 대부분이 동남아로 빠져 나가있는 우리나라 경제가 실업자들을 끌어안을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제조업 중심의 경제가 가지는 성장의 한계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1990년대의 일본 경제는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서 무역적자 조절을 위해서 고환율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는 해외투자와 수입물가에서는 득이었고 수출적 측면에서 독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해외투자를 통한 기업들에게도 또 다른 상황을 요구한다. 저가로 유입되는 수입품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국내 산업들은 저가 상품과의 경쟁을 위한 고도화와 효율화를 진행해야되는 압박에 시달린 것이다. 또한 해외에 투자된 산업부분에서 그동안 국내에서 유지되던 핵심기술 부분들 즉, 하이테크 산업부문이 일본내에서 동남아 생산기지로 이전되고 환차익 때문에 돈이 환류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국 자체에 남아서 재투자되고 분리, 독립으로 운영되는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 무역흑자로 인한 많은 돈들이 미국채권 구입과 엔캐리를 통해서 동남아 투자로 떠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IMF 시발점이 일본 투자금의 회수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당시 일본이 가지고 있던 투자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는 틀린말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던 싯점이기도 했다.


현 우리나라의 환율 정책은 아직도 수출위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의 일본과 다른점이기도 한데, 한가지 중요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수출위주, 대기업 위주의 환율정책에도 그 한계를 들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가질 수 있는 선택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모두가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시각에 동조하는 것 밖에 없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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