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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1. 09:00 - 독거노인

<강남의 탄생>


강남 개발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저자는 옛 한성부터 돌아본다. 사대문을 기준으로 한성이라 함은 한강 이북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구한말 외국인이 남긴 기록에 보면 사대문 밖을 나가면 온통 산이며 가까운 인가에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한성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필히 강을 건너는 일을 했어야 하니 다리가 없던 그 시절에는 강북과 강남은 엄청 멀기만 곳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강남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강남 땅은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시골 마을이었던 곳이다. 이런 곳이 개발지로 선택된 이유는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서울 인구와 이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땅(강북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어 확장에 한계가 급방 들어났다)은 지속적으로 확장이 가능한 강남이  최적지로 나타난 것이다.

강남 땅은 현대사에서 시기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단순히 강남에 땅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거부가 될 수 있었던 시기였고, 현재도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 부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곳이다. 이런 강남 땅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표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졸속 개발과 부동산 투기로 대표되는 한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과거를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자본 없이 개발을 지속해야했던 정부는 공사비 대신에 강남에 비어 있는 공간을 건설대금으로 지불하고 건설사는 그 공간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함으로써 수익을 올렸다. 멋없고 획일적이며 삶의 수준을 평준화 시켜버리는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과거의 계급은 생산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활에서 구분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재산과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졌고, 거주지가 계급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

“목동,강남, 노원 세 지역은 비록 소득 수준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비교적 균질한 집단이 산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적 현상’인 학원가와 아파트 단지는 이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강남의 탄생> 일부 발췌


이처럼 균절적이고 획일화된 개발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명분하에 공간의 연결성과 관계성은 무시된 채, 단절되고 분파적인 공간들만이 가득한 서울의 공간 문화를 만들어낸다. 한번 만들어진 공간은 다시 바꾸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오로지 부와 지위의 상징된 공간은 그처럼 쉽게 변형되기 어려울 것이다.

강남 부동산 신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많은 물적, 인적, 무형의 자원들이 집중되어 있으며 그 집중도는 크게 변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화려한 강남의 이면에 존재하는 조급하고 조잡한 개발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