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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4. 11:43 - 독거노인

[태국 치앙마이] 9월 13일


빨리 달리는 버스를 보며 예상했던 데로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한시간 이른 새벽 4시반에 치앙마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날드가 보여서 바로 시내로 이동하지 않고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햄버거 하나 먹으면서 숙소 시간에 맞춰서 기다릴지, 이동은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본다. 오토바이가 80바트 부르던데 감이 안온다. 과연 그정도 거리인지 아니면 여행객이라 바가지를 쓰는건지. 그래봤자 엄청난 바가지도 아니고 겨우 몇십바트 차이 일텐데, 왠지 단지 십바트도 그렇게 허비하는게 싫다. 다른 곳에는 백바트도 그냥 허투르 쓰고 아까워 하지 않을 나지만 이상한 곳에서 고집을 부린다.

썽태우를 타고 시내로 이동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보내자니 새벽의 몽롱함 때문에 시간 보내기도 쉽지 않고 차라리 운동이나 할겸 해자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한다.

맥도날드에서 나와 대로를 따라서 어두운 거리를 1시간쯤 걸었다. 등 뒤로 해가 뜨기 시작하고 맥도날드를 나섰을 때 어둡고 인적 없던 거리에 햇살이 비치니 한결 밝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밝아진 기분도 잠시 최대 난관 다리를 만났다. 인도는 전혀 안보이고 강이 흐르는데, 이 강을 건널 다리가 전혀 안보인다. 오직 강을 건널 방법이 인도가 없는 대로를 따라서 교각을 걸어서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입에서 나오는 욕을 꾹 참으면서 다리를 걸었다. 엄청난 속도로 내 옆을 지나는 차들이 섬찟하게 느껴지지만 그나마 차량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는 치앙마이 해자.


다리를 건너고 나면 해자에서 가까울 거라 생각했는데 걸어도 걸어도 휑한 길거리만 있을 뿐 지나가는 사람도 안 보인다. 분명 지도상으로 다리를 건너면 주택가 단지와 음식점들이 대충 시작되어야 맞는데, 아무것도 없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영어가 안통하고 그냥 쭉 걸어가라고만 한다. 그렇게 30분을 더 걸어 마야 쇼핑몰에 도착해서 영어 되는 사람을 만났다. 타페 문을 물으니 너무 먼 곳이라고 썽태우를 타라고 한다.

나중에 확인 해 보니 내가 선택한 길은 버스터미널에서 타페쪽을 가는 길이 아니고 님만해민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결국 치앙마이를 가운데에 두고 외곽도로를 따라서 님만해민까지 걸어간 것이다. 아마 여행자 중 내가 유일하게 이 거리를 걸어간 사람이 아닐까.

일단 지나가는 썽태우를 세우고 타펫문을 외치고 올라 탄다. 막상 타기는 했는데, 아무런 사전 정보도 안 읽어보고 온 상태라 과연 가격을 얼마를 줘야할지, 얼마나 되는 거리인지, 어디서 세워줄지도 모르고 올라 탄 것이다. 그저 무방비 상태에서 썽태우를 타고 보니 불안한 마음에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일단 눈치껏 세우주는 곳에서 내려 지갑에 있는 20바트를 내미니 기사가 오케이 한다. 생각보다 트러블이 없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타페문을 지나 soi1 골목안으로 들어갔다. 유일하게 인터넷에서 찾아 온 숙소 나이스아파트먼트는 불행이도 리노베이션 문구가 선명하게 붙어 있다. 거의 2시간을 길거리에서 방황한 상태로 숙소에 빨리 들어가고 싶었는데, 뜻데로 되지 않는다.

다시 숙소를 찾아서 길거리 방황이 시작된다. 내가 태국으로부터 멀어진 후 중국관광객들의 증가로 숙소 가격이 대폭 올랐다는 말에 좋은 숙소로 보이는 곳은 들어가서 물어볼 생각조차 못하고 골목 길만 배회 한다. 그래도 운이 없었던게 아닌지 soi5 길의 kevil 에서 하루 250바트짜리 선풍기 방을 구했다. 다른 무엇보다 탁트인 전망과 넓은 방이 맘에 들어서 다른 숙소가 제시한 티비와 냉장고를 포기하고 이 숙소로 정했다.



아침에 2시간을 걸은 피곤함은 씻고 나니 어느정도 사라진 느낌이다. 일단 해자 안쪽 길들을 익히기 위해서 무작정 도로변으로 나가 봤다. 도로변 찻길은 좁은 인도, 그 주변으로 늘어서 카페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고가는 여행객들의 모습에서 예전(너무도 오래전) 카오산로드를 연상 시킨다. 무작정 나왔지만 아침을 먹기 위해서 지도상에 있는 어묵 국수집을 향해서 걸었다. 실제 걸어보니 얼마 안 걸리는 거리다. 대충 지도상의 거리가 실제 거리상으로 어느 정도 걸릴지 감이 온다. 이 정도면 해자 안은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이동 가능한 정도라고 판단이 된다.






치앙마이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먹는 국수 한 그릇이 매콤하면서 맛있다. 오전이지만 매콤한 국수를 먹은 상태에서 햇빛 아래 들어서니 뜨겁게 느껴진다. 게다가 처음 가 보는 길들을 무작정 걸어 돌고 돌아서 세븐일레븐에서 맥주 한 캔을 사고 나니 바로 옆이 시장이다. 시장 규모는 조촐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두리안 가격은 러이 시장에서 본 가격의 2배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아마 지방 소도시와 대도시의 물가 차이 정도인 것 같다. 시장 안에는 쿠킹 클래스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서 뭔가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침에 볼 일은 다 봤으니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간다. 금방 도착할거라 생각했던 숙소 골목길은 안보인다. 분명 아침에 들어간 골목길 입구로 들어갔지만 숙소가 안보인다. 순간 길을 잃어버린 걸로 생각해서 당황했고, 같은 길을 3~4번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내가 착각한 것은 골목길 안에서 다시 한번 더 꺾었어야 하는거였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해가 좀 기울었을 때 왓프라싱을 향해서 걷기 시작 한다. 국수집 찾을 때 감각으로 거리에 대한 방향감이 생겼다고 믿고 길을 따라 직진한다. 하지만 직진한다고 믿었던 방향감이 지도와 매칭해 보니 어딘지 모르는 곳에 서 있다. 결국 길가의 사람들에게 몇번 물어서 왓프라싱 앞의 경찰서 거리로 복귀 했다. 내가 갔던 길이 해자 남쪽을 향해서 대각선으로 걷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사원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게 아니고 사원 옆 골목에 있는 SP까이양이 내 주 목적이다. 주위는 썰렁한고 이른 저녁 시간인데도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마늘을 넣은 통닭을 숯불에 구운 것인데, 맥주와 같이 먹으니 우리나라 치맥 부럽지 않다.











배 부르니 눈이 떠지고 주위가 보이는 느낌이다. 왓프라싱 사원은 생각보다 넓고 관광객들로 붐빈다. 나름 유명한 사원이라 엄숙하고 경건할 걸로 생각했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는 탓인지 분위기가 산만하다. 한국말 하는 스님도 보고 사원 건물을 따라 한바퀴 빙 둘러 보고 나왔다.

매연을 잔뜩 들이마시면서 좁은 인도를 걷고 있자니 왜 치앙마이가 그토록 장기 여행자들에게 선호하는 도시가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치앙마이의 첫인상은 지난 시절 카오산 로드에서 느끼던 흥분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도시가 관광객들로 들뜬 듯한 분위기. 하지만 그 시절의 자유분방함은 이제 모두들 손에 디카와 핸드폰을 들고 하늘 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이쁜 포즈를 취하며, 카페에서 우아한 커피를 마시는 관광객들로 대체된 느낌이다.


오래된 도시 속에는 아직도 끊임 없이 새로운 삶들이 그 퇴적층을 만들고 있다




5시쯤 숙소에 있다가 타페문 맞은편 거리로 가, 눈에 보이는 미용실에 들어갔다. 외국인이 머리 자르러 오는 일이 별로 없는지 신기해 하면서 부산하다. 200바트에 자르기로 하고 머리부터 감겨 준다. 그런데 대체 왜 샴퓨를 3번씩이나 하는 걸까, 내 머리가 그렇게 더러웠나. 서울에 있는 미용실보다 시설은 안좋지만 그래도 해 줄 것은 다 해 준다. 태국에서 머리를 자르면서 영어 안 통해 내 스타일을 어떻게 해 달라고 주문할 수 없으니 그냥 자르는 아줌마의 솜씨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자르고 보니 뭐 나쁘지 않게 잘랐다. 단지 뒷머리쪽이 약간 아쉬운게 보이지만 그런데로 치렁치렁하게 엉겨붙던 머리들이 정리되고 나니 시원하다. 머리 자르고 가까이 있는 저녁에만 문을 여는 두유집으로 간다. 단촐한 가게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보인다. 다들 포장해서 가져가는 분위기라 달랑 2개 있는 테이블에는 사람이 없다. 한참을 기다려 주문하고 받아서 테이블에 앉아 먹는다. 말린 과일과 곡물이 들어가 있어서 든든한 식사 역활을 한다.

해자를 따라서 야시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가는 길에 빵집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소시지 빵을 하나 샀다. 배가 부르니 야시장에 그 많은 먹을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해가 떨어지고 선선해지기 시작하니 누군가 동행이 있다면 이런 야시장 노상에 앉아서 저녁을 먹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150바트 짜리 맛사지와 180바트짜리 맛사지를 고민하다가 첫날은 150바트부터 시작해 보기로 한다. 맛사지 가게 손님은 나 혼자다. 맛사지사도 한명인 듯 맛사지 받는 동안 아무도 가게 안에 나타나는 사람이 없다. 맛사지 기술이 상향평준화 되서 굳이 비싼 맛사지를 받을 필요 없고 맛사지사를 잘 만나는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길 빌어본다. 내가 고급 맛사지 가게를 갈리 만무하니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맛사지면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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