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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 14:44 - 독거노인

[태국 치앙마이] 9월 14일


아침은 어제 사온 빵으로 해결했다. 우기라서 그런지 새벽에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부슬부슬 그치지 않고 내린다. 7시가 넘어서까지 비가 오고 있어 나가기가 싫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강한 햇빛이 시작될거기 때문에 차라리 약간 젖더라도 나가는게 나을 듯하여 타페 입구를 빠져 나간다. 동남아 시장은 이른 아침에 가지 않으면 그 활기를 느끼기 힘든 곳이 많아서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걸었다. 시간이 지나도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하고 더 세차게 내린다. 여행자가 우산을 가지고 다닐리 없기 때문에 우기에 몰아치는 비바람은 여행자가 신세 한탄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강하게 쏟아 붓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걷다보니 금새 시장이다. 걸어오는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안보이더니 시장 근처에 오니 여기저기 모여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한 상가 앞에 모여서 일부는 아침을 먹고 읿부는 화장을 하고, 나머지 일부는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무슨 일을 기다리는 걸까.

건물 안 시장은 아직 문연 집이 없다. 이제서야 문열 준비를 하는 가게가 눈에 띌 분이다. 와루룻 시장은 아침 장사를 하는 시장이 아닌가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선가 두리안 냄새가 난다. 그 냄새에 이끌려 둘러보고 있을려니 어느 할머니 노점상 분이 두리안을 팔려고 쌓아 놓은 좌판에 작은 조각의 두리안 하나를 먹으라고 집어 주신다. 두리안 하나만 주시기 뭐했는지 단과자 조그만한 조각도 같이 주신다. 고마운 마음에 두리안을 팔아 드리고 싶었지만 내 성에는 안차는 물건이라 고맙다는 말만 하고 다시 시장안으로 들어간다.


저 많은 소원들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중국 사당을 둘럽보고 나와 비싼감은 있지만 그나마 실해 보이는 두리안을 샀다. 그나마 헛걸음 하지 않았다는 위안을 하면서 걸음을 옮긴다. 이런 건물 속에 들어 앉은 시장보다는 시골의 시끏벅적한 재래 시장이 그리워지니 나의 감성은 시간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나 보다.

시장 구경이 별 흥미를 못 끌어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침 시간이 아까워 이슬람 골목으로 걸어간다. 이슬람 골목이라고 하지만 골목도 작고 구경할만한 것도 없다. 단지 이슬람 골목 입구에 불고기라고 씌여진 간판이 보이는게 신기하다. 왜 이슬람 골목에 한국식 불고기 가게가 있을까. 거리를 걷다보니 길가 노상에서 융에 내려주는 커피를 판다. 연유는 조금만 넣어달라고 하고 자리에 앉아 오랫만에 동남아식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수줍은 표정을 짓는 주인장이 차 한잔을 같이 준다.


숙스럽게 차를 가져다 준 주인장은 다시 동네 아줌마로 돌아간다.


계속 걷다보니 나이트바자까지 도달 했다. 밤에나 활기를 띄는 나이트바자를 아침부터 걷고 있으니 미이라처럼 굳어 있는 거리 느낌이 썰렁하다.

점심은 갓쑤언깨우에서 먹을 생각으로 해자에서 썽태우를 탔다. 썽태우는 두어번 타니 요령이 생기고 굳이 가격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되서 편하다. 어차피 내가 돌아다니는 행동 반경이 해자를 중심으로 그 일대니 가격도 20바트 정도 고정이다. 이게 외국인이라서 그런건지 태국인들도 그런지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쇼핑몰은 듣던데로 우중충 하다. 지하의 탑스 마켓만 활기차고 밝은 느낌이다. 윗층의 가게들은 비어 있는 곳도 많고 사람들도 별로 없어 한낮인데도 음산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탑스에서 돼지고기 덮밥 먹고 태국가면 살려고 마음 먹었던 샴퓨 사고 님만해민 쪽으로 걸었다.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선전과 갖춘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장비에 비해서 커피 맛은 평범했던 카페


님만해민 메인도로쪽에서 길가를 둘러보니 예전 홍대가 뜨기전에 옷가게들로 유명했던 이대 분위기가 생각난다. 젊은 이들도 많고 패션어블한 가게들도 많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너무 한낮이어서 아직은 생기를 불어넣을 젊은 이들이 거리에 없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선전하는 카페가 있어서 더위를 식힐겸 들어갔다. 태국에서 제대로 된 맛있는 커피를 마실 기대감이 컸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그저 시원한 에어컨 쐬고 나온 걸로 만족해야 했다.

오후에는 숙소의 더위를 피해서 숙소 골목에 있는 카페를 갔다. 태국도 이제는 유기농 커피와 음식들을 표방하는 광고가 여기저기 보인다. 생활 수준 향상과 전세계적인 트랜드에서 태국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먹거리가 싸고 풍부하기 때문에 굳이 유기농에 집착하지 않을거라는 나의 편견이 여기서도 어떤 기대를 만들고 있다. 커피는 태국 북부 지역에서 나는 원두를 사용하고, 로스팅 상태에 따라 중배전/강배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드립으로 내려준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마셔 본 동남아 커피는 산미가 약해서 이번에는 다른 맛을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중배전을 선택했다. 기대는 역시 깨지고 그냥 평범한 맛의 커피가 나왔다. 카페는 다른 유기농 음식과 직접 만든 비누도 함께 팔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기농이나 천연제품에 대한 기대 혹은 환상이 없어진 상태라 카페의 제품이나 음식에 별로 관시이 안 간다. 유기농이라는 것 때문인지 맛이 좋아서 인지 손님들은 꽤 많이 온다.

저녁은 soi1 입구에 있는 생선구이집에서 생선구이와 쏨땀을 함께 먹었다. 같은 내륙이지만 러이 시장보다 1/3정도 비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혼자 먹기에 딱 적당한 크기여서 별로 불만은 없다. 한국에서는 생선을 통째로 구워서 식사로 먹는 일이 별로 없는데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식사 대용으로 생선 한마리를 먹는 일이 종종 있다. 식성이 여행 중에 변하는 건지 아니면 한국 물가가 생선 한마리를 온전히 식사로 먹기에는 비싸서 반찬으로만 먹는건지 모르겠다.






이른 저녁을 먹었으니 나이트 바자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타페 문에서 가까운 술집 밀집 지역 차길을 따라 걷자니 예전 필리핀의 술집들이 생각난다. 바에 앉아 있는 여자들과 맛사지 샾 앞에 앉아서 호객 행위를 하는 맛사아사들의 모습은 이런 대도시의 길거리보다는 필리핀이나 아니면 태국 남부 해변가에 있는 거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도시의 메마른 공기 속 어두 컴컴한 조명 아래서 누군가를 부르고 기다리는 행위는 생기가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른 저녁 시간부터 술집 테이블에 맥주를 올려 놓고 멍하니 앉아 있는 나이든 서양 관광객들이 보인다. 아마도 이런 풍경이 생기 없는 모습에 더 힘없는 색채를 끼얹는게 아닐까.

치앙마이에는 은퇴한 사람들이나 장기 체류하는 이들이 많이 몰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여행자들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니 신기하다. 흔히 보이는 카페나 바에 앉아서 커피와 맥주를 앞에 두고 뭔가를 바라 보거나 신문을 보고 있는 모습, 현지인들이 잔뜩 몰려 있는 식당에 현지인들과 함께 섞여 밥을 먹고 있는 모습, 공원에 삼삼오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들을 가끔 본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이런 모습은 왠지 여행자와 거주자는 다른 공간에, 이방인의 시선을 피해서 그들만의 공간에 존재할 것만 같은 나의 편견을 조각내는 느낌이다. 아니 어쩌면 겉으로 들어나는 그들의 일부를 보고 내가 혼자 만들어 내는 여행자 공간에 상상의 일부로 그들이 존재하는건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트 바자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가 오고 있음에도 여기저기 노점들이 문을 열고 건물안에 공터에 자리 잡은 식당들도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는 데 야속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손님들이 별로 없다. 어쩌면 비수기인데다 비까지 오니 더 손님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장이란 오고가는 손님들이 활기를 불어 넣는 법인데,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니 영 흥이 돋지 않고 내리는 비만큼이나 분위기가 무겁다. 오늘은 왠지 아침부터 시장과 인연이 안맞는 것 같다.

허전한 마음을 두유로 달래기 위해서 숙소로 가기 전에 두유집에 들러서 한 그릇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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