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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10. 09:00 - 독거노인

[대만 타이베이] 9월 29일


공항에서 맥주를 물 대신 마시며 샌드위치를 먹는다. 아침부터 맥주 한잔 하는 여유를 부린 후 에바 항공 카운터로 여유 있게 향한다. 카운터 갯수도 적은데다가 다른 항공사보다 더 늦게 오픈한다. 티켓이 발권되면 특별히 할일이 없기 때문에 여유 부리며 발권 신청을 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여권 만료기간이 10일 모자란다고 한다. 개월 상으로는 6개월이기 때문에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날짜로 따지면 10일이 모자라는 것이다.

긴급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서 뛰기 시작한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외교부 직원들은 친절하다. 시간은 촉박하고 여권발급까지 한시간 반이 걸린다는 데, 항공사 창구 마감 시간은 한시간 밖에 안 남았다. 이럴 때는 그냥 읍소를 하며 빌어보는 수 밖에 없다. 여권이 없어서 항공권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 연휴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최대한 빌어볼 수 밖에

여행 다니면서 세상은 안되는 일 없고 융통성 없는 일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너무 황당해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내 나라 안에서 당하는 일이라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예전, 인도 공항에서 도착 비자 못 받을 뻔한 사건이 머릿 속에서 계속 떠오른다).

낭만적인 휴가는 물건너 갔다.

여권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그새를 못 참고 맥주 한캔을 사 마신다. 그리고 오라는 시간보다 일찍 외교부 창구를 찾아가려는 데, 아침부터 맥주를 마신 탓인지 창구를 못찾고 헤맨다. 그래도 외교부 창구에 10분 일찍 도착하니 여권은 다행이 발급이 되었다.

프론트 데스크에서는 1시간 정도 여유 있으니 자기들이 특별히 가이드 안 해줘도 될 것 같다고 다행이라고 한다. 긴 연휴가 시작되니 출국장의 긴 줄은 줄어들 생각을 안한다. 초조함이 가라 앉지 않는 상태에서도 출국 스탬프 찍고 어머니를 위한 화장품 하나를 사고 바로 출국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긴장감과 스릴이 넘치게 뛰었는데 비행기는 30분 연착이라고 한다.

대만으로 향하는 에바 항공기는 제주도 가는 비행기 정도 크기다. 게다가 같은 줄에 탄 부부는 애 셋을 데리고 탔는데 애 둘이 어려서 돌아가며 계속 칭얼데고 울어댄다. 좌석 밑 바닥은 이미 난장판이고 애 우는 소리에 정신 없는 비행이 시작된다.

대만은 큰 기대도, 머무는 시간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무덤덤 하다. 낯선 곳에서 설레임과 흥분감이 없는 대신에 편안함이 있다. 숙소 가는 길까지 찾아갈 지도 한장 들고 대만에 내렸으니 별 기대할 것도 없고 그냥 눈 앞에 스쳐가는 풍경이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대만에서 할 일은 고산차 하나 사는 것이다. 숙소에서 10분정도 밖에 안걸리는 거리에 있는 가게는 직원들이 무척 친절하다. 영어는 능숙하지 않지만 물건을 사게 만드는 상술은 뛰어나다. 시음해 보는 차와 그녀가 추천해 주는 멘트 덕분에 미리 사려고 계획 했던 것보다 더 사고 말았다. 과소비의 시작이다.


대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나한테 대만어로 말을 한다. 가게 주인이든 비행기 승무원이든. 내 얼굴이 그렇게 대만인에게 가까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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