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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30. 09:43 - 독거노인

[태국 치앙라이] 10월 1일


어제 저녁 실망감에 일찍 잠들었다가 어두 컴컴한 방에서 알 수 없는 시간에 눈을 뜬다. 새벽 4시,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6시다. 아직은 한국 시간 몸이 맞춰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새벽에 나가 동네 한바퀴를 돌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일 하지 말자고 다짐했기 때문에 다시 눈을 감는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토스트 2조각을 먹고 숙소에서 가깝다는 과일 시장을 갔다. 동네 지리를 잘 모르니 어느 정도 걸릴지 감이 없었는데, 골목길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앞이다. 시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다. 게다가 내가 그토록 간절하던 두리안은 안보인다. 리찌를 사면서 물어보니 두리안 철이 아니라고 한다. 헛헛한 마음에 동네 여기저기를 헤맨다.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서서 그런지 찻길에 탁발하는 승려들이 종종 보인다.



대로변을 벗어나니 아침 생기가 가득한 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좀 전의 풀죽은 듯한 작은 시장과 너무나 대조되는 활기다. 게다가 여기저기 눈 닿는 곳마다 보이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서 뽑아주는 커피가 아닌 융을 이용해서 몇번이고 우려내는 전형적인 동남아식 커피 가게가 보인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태국에 오면 가장 편안한 장소가 이런 시장이나 노천에서 파는 커피 한잔이다. 연유가 한가득 가라 앉은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본다.


시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왓깨우는 다른 절보다 규모가 있고 차분함이 있다. 절 주위로 심어져 있는 대나무들이 외부로부터의 소음과 매연들을 차단해서 만드는 고요함인지 절이 주는 신성함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는 차분한 절이다. 이런 차분한 절에서도 와이파이는 제공된다. 속세와 멀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속세 속의 다른 공간인가보다.


하늘은 너무나 파랗고 빨래는 습기 한모금 없이 바짝 쪼그라들고 있다.


점심은 구글에서 찾은 국수집을 간다. 와이파이가 없어도 구글지도만 켜고 있으면 자동으로 길을 안내해 준다. 세상은 변했고 나만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규모가 좀 있는 도시에 있다는 센터플라자는 여행자 거리로부터 꽤 떨어져 있다. 한낮의 땡볕을 받으며 매연 가득한 도로변을 따라 걷는 건 고역이다. 전기차가 보급되면 태국의 교통문화도 좀 바뀔까, 아니면 먹고 살기 빠듯한 이들에게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이야기일까. 개인적으로는 중국애들이 점령한 태국에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었으면 하는 게 전기오토바이다. 그나마 중국으로부터 수입될 수 있는 좋은 점인데, 태국의 군부는 별 관심이 없을 듯 하다.


더운 오후에 하늘이 너무 파래서 넋을 놓고 하늘만 쳐다 봤다.


오늘은 어제보다 덜 피곤하고 시간도 여유 있으니 일요일에 열리는 야시장을 입구부터 끝까지 한번 걸어가 본다. 내 눈에 보이는 물건들은 별 특징도 없고 그리 흥미를 끌지 못한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그리 신기해서 쳐다보고 때로는 구매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나이를 먹은건지 그동안 너무나 자주 봐서 익숙해져 버린건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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