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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1. 09:00 - 독거노인

<체 게바라傳>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을 쫓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을 향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찬양하며 그들에 끊임없는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들이 혁명을 위해서 사용되어지고 시간이 흘렀을 때는 순수한 열정적 이상은 사라지고 그 정신은 이상화된 혁명의 도구로서 오염되고 만다. 

순수한 열정과 이상만으로 살아 남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진정 이상주의자일 것이다. 이런 의미의 이상주의자로서 체 게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숭고한 정신의 표본일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향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을 뿐 아니라 혁명이 성공한 후에 편안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혁명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 인물로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체 게바라의 어떤 사상적 이념이나 그의 이상향적 추구 방향을 쫓는 것이 아니라 인간 체 게바라의 모습을 쫓아 남미를 떠돈다. 작가가 직접 지인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가 머물렀던 공간을 찾아서 그의 흔적을 되새겨보고, 그의 삶을 저울질 하지 않는다. 작가가 남아 있는 기록들이나 지인들의 증언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삶을 이상화 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인간 체 게바라의 모습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자기가 태어난 조국을 위해서 희생하지 않고 남미라는 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제국의 압제와 민중의 희생을 보고 자신의 삶을 거기에 투영하는 이상향적인 인간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추적해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쿠바가 혁명은 성공했지만, 결국 공산주의 혁명으로 오명을 쓰고 미국의 앞마당에 자리 잡은 하나의 카스트로의 붉은 깃발로 취급하는 것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된 이데올러지에 얽매여 그들을 바라 봤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쿠바 혁명은 가진자들에 의한, 미국의 부패한 자본주의 권력에 의한 민중의 착취를 해방하기 위한 도구였으며,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것은 평등으로 나아가는 민주주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더러운 권력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고 한쪽으로 몰아갔고, 공산주의의 분열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느쪽도 쿠바에게는 정당화될 수 없는 제국의 권력이었고,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체 게바라의 삶의 마지막장은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서야 미국의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볼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CIA에 의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훈련받은 군사조직이 체 게바라를 어떻게 고통스럽게 옭아맸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의 혁명에 대한 의지는 결국 볼리비아 전장에서 불꽃처럼 사그라들수 밖에 없었다. 

그의 삶은 이상향을 위한 삶이었고, 결국 가족들에게는 따뜻한 가장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애정은 그들을 결코 버리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단지 그의 이상향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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