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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3. 09:00 - 독거노인

<저지대>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개개인이 가지는 풍경의 의미만큼이나 다양하고 넓을 것이다. 가족간의 느끼는 사랑이라는 이름도 부모간, 자식간, 형제간, 자매간이 가지는 그 의미가 다르다. 그것은 아마도 넓은 숲을 바라보듯이 뭉뚱그려져 모호하게 보이질 모르지만 숲을 이루는 개개의 나무들이 가지는 풍경속 의미는 좀 더 개별적이고 디테일한 속성을 보여주듯이 가족 속에 존재하는 구성원간의 연대 의식과 사랑의 의미도 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좀 더 확장되고 그 층위가 깊고 넓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저 좋은 사람>에서 처럼 이민 가족이 가지는 노마드 가족의 삶과 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인도를 벗어난 유랑민들의 이야기보다는 한가족사의 깊은 뿌리부터 시작하여 그 가지가 뻣어나가는 넓은 잎사귀의 선명한 색깔까지 보여준다. 인도 현대사의 암울하고 굴절된 역사가 한 가족의 삶과 연결되서 어떻게 해석되고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 명확히 들어난다. 역사적 사건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지만 어떤 이는 역사적 순간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이를 외면하고 역사적 길목에서 한발자국 비켜나 있기를 원한다. 이것은 개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사건의 얽힘은 결코 선택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숙명처럼 개인의 삶속에 파고든다.


삶의 연속적인 선택의 순간들이 스쳐지나가고 자신이 선택한 순간들의 결과가 쌓여서 어느 순간 그 추억들을 뒤돌아보며 살아가는 순간이 온다. 그때가 되면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어떤 파도를 타고 넘어왔는지, 어느 순간 어느 지점을 통과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가 보일 것이다. 그때쯤이면 자신의 분신들이 새로운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며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있을 것이다.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삶. 그러나 어느 순간이 되었던 자신이 남긴 발자국들이 거대한 격랑이 만드는 토대였음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삶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풍경들은 낯선 이에게 다가오는 신선한 공기처럼 어느 곳에나 퍼져 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풍경일때의 아름다움과 자신에게 익숙해서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익숙해지기 위해서 만들어낸 풍경. 이 모든 풍경들이 서서히 자신의 내면속에 하나의 풍경을 만들면서 노마드의 삶에서 결국 어느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정착민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 순간들의 낯설음과 친숙함 그리고 알 수 없는 동요의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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