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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0. 09:00 - 독거노인

[인도 바라나시] 10월 3일



자신의 검은 욕망을 실어 보내는 저 강에 나의 끈적한 욕망도 같이 실어 보낸다.


막상 떠나는 날이라는 게 실감할 수 없는 아침이다. 어디선가 잃어버린 하루 때문일까. 하루를 잃어버리고 지낸 시간만큼 몸무게를 잃었으며 기침까지 나의 폐를 잠식해서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아침이다. 지금 남아 있는 기력으로 바라나시를 떠나지 않는다면 영원히 바라나시를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아침이다. 제프가 바라나시에 남아 영원히 떠돌고 있을 강가는 깊은 수렁처럼 누군가를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있다. 더 이상 엷은 박무에 휩싸여 강가에 빠져들지 말고 이제는 나의 잠을 깨워야할 때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지만 매일 아침 마시는 챠이는 작은 위안을 준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나니 가격도 점점 내려가고 편하게 주고 받는 챠이와 특별할 거 없는 암묵적 이해도 늘어난다. 바라나시에 존재하는 반복된 일상의 의미가 이런게 아닐까. 굳이 가트로 나가 매일 기도 드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바라나시에만 존재하는 이들의 일상이 이루는 공간의 리듬 속에서 같이 공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 어쩌면 여행자로서 가장 편한 일상의 반복일 것이다. 이제는 이 리름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나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리듬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떠나기 전 숙소의 매니저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나의 간단한 질문에 열의를 가지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는다. 그의 친절함은 자신의 열정에서 오는 걸가 아니며 미래의 고객이 될지 모르는 나를 위한 배려일까. 








매니저의 얼굴은 검은 수염이 전체의 반을 덮고 있다. 수염이 없다면 앳띤 얼굴이었을 터이지만 전체적으로 마른 얼굴에 수염이 가득 덮고 있어서 그의 외모를 판단하기 힘들게 만든다. 아마 그의 조상은 아프가니스탄이나 페르시아의 어느 지방에서 인도로 온 무슬림이 아닐까 상상을 해 본다. 그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게스트 하우스의 역사와 시장 골목의 역사는 그의 이미지와 합쳐져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내가 잔 집의 역사는 대략 500년된 무슬림의 집이었고 시장 골목은 1000년전부터 존재하던 공간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게스트 하우스에 비어 있는 2층 공간을 오르내리면서 그 옛날 이 곳에 앉아서 시장 골목을 내려다 보던 이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시원한 타일이 깔리고 골목안 쪽으로 나 있는 창문은 더운 밤을 지새기에는 내 방보다 훨씬 시원해 보였다. 


천년전 이 골목을 배회하던 이들은 어떤 이들이었을까?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국으로 가던 상인들이 잠시 들려 그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고 휴식을 취하던 곳일까? 아니면 그 옛날부터 성지로 순례를 오던 이들이 지금처럼 신성한 사원에 의식을 치루기 위해서 줄을 서고 먼 순례길에서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었을까? 가까운 근대에는 영국인들이 일확천금을 찾아서 인도로 왔다. 그들은 인도의 더위에도 격식을 차리고 모든 생활 양식을 영국방식으로 지키며 자신들의 체면과 위신을 지키려 했다. 무슬림 왕조가 쇠락한 인도에서 그들의 힘이 강성 해 질 때조차 이 곳 바라나시 강가에는  residency를 세우지 못하고 애둘러 외진 곳에 세워야 될만큼 보수적인 곳이었고 저항도 심한 곳이었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천년전 돌들이 골목을 이루고 있는 이곳을 지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그 옛날 방랑자처럼 먼 길을 돌아왔지만 그들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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