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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9. 09:00 - 독거노인

<인도, 끝나지 않은 여정>


변화의 폭이 우리의 변화의 폭을 넘어 섰을 때, 사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전개될 때 문제는 발생한다. 이때 우리는 삶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느끼며 걱정을 불안을, 불안은 분노를, 분노는 폭력을 배양하고 폭력은 일상이 된다.


저자는 인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영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종교를 공부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 훈련을 받고 종교에 귀의하기 위한 공부를 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더 이상 종교가 가지는 권위도 신성도 없다. 과학은 이성의 그 날카로운 칼날로 종교가 가지고 있는 권위와 신성을 해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성의 칼날은 날카로워서 우직하고 덩치만 커버린 우상의 살들을 하나씩 해체해 버렸기 때문에 그것을 먹고 큰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종교에 대한 식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시체가 주는 메시지가 아무런 포만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런 상황에서 결국 일탈의 길로 들어섰고 돌아갈 수 없는 길에 대해서 후회하며 방황을 한다. 하지만 그가 찾은 답은 결국 "종교는 경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기독교가 발흥한지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기독교도 많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그 발전이라는 것은 시대와 상응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테두리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외부의 발전에 대해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함에 따라서 종교도 변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제 현실은 하나의 종교가 절대적인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의 다원주의에 따라서 상호존중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인도의 종교적 관용이다. 인도에는 수많은 종교가 상호존중의 관습을 가지고 평화롭게 지내온 전통이 존재한다. 이런 모습을 받아들여 기독교도 세상의 절대적 진리를 자신들 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진리는 상대적이며 모든이에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진리에 대해서 겸손함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겸손함은 종교를 경험하게 하는 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도에는 분명 다원주의와 상호존중을 통해서 안정적인 사회를 구가하는 장점만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다. 인도도 분명 다양성이 존재하는 만큼 혼란과 현실적 모순으로 가득찬 곳이다. 그 중에 카스트 제도와 힌두교 민족주의와 같은 현실의 문제점 등은 분명 인도가 헤쳐 나가야할 현실의 제도적 문제점이다. 인도에서 힌두교 민족주의의 대두는 지역적, 분파적 특성을 이용한 정치적 표얻기 일 뿐이다. 인도뿐만 아니라 무슬림 쪽에서 발현하고 있는 종교적 근본주의는 결국 일반 대중들의 두려움을 먹고 산다. 무슬림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서구는 신을 부정하는 관념과 음란함, 불결함이다. 서구의 자본주의의 폭력적, 강압적인 확산은 이슬람과 무슬림들을 두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직접적인 외압뿐만 아니라 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전지구화의 하나의 이면일 것이다. 


저개발국과 서구권의 경제적 차이가 심화됨으로써 서구적 시각이 전세계적으로 강해지고, 그들의 생활 양식에 대한 강요가 커짐으로써 비서구적 무슬림들에 대한 편향된 시각도 강화된다. 결국 서구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이슬람, 무슬림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나 존중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일례가 서구에서 무슬림에 대한 여성적 성차별 뿐만 아니라 문화적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부카는 외부의 불필요한 시선을 피하고 여성의 안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무슬림 사회 내부에서는 부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분명 이와 대조되는 개인적으로 부카를 선호하는 여성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하나의 서구적 시각으로 해체하려 한다면 여기에 대한 반작용은 분명 마찰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가 방문한 아일랜드는 전통적인 종교적 관습과 생활패턴에서 벗어나 물질주의, 개인주의의 급속한 팽장을 겪고 있다. 결국 카톨릭의 쇠퇴와 교구 사회의 축소로 이어졌으며 기존의 카톨릭 사회가 제공하던 권위의 제약과 도덕적 기반을 상실하고 정신적 기반을 상실을 겪고 있다. 급격한 서구화가 젊은 층에게는 자유와 방종을 의미하며 권위로부터 해방감을 느끼지만 기실 그들이 누리는 자유와 해방감의 끝에는 기댈 수 있는 도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는 방황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 카톨릭 사회에서는 종교가 제시하는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기준이 그들을 위한 하나의 이정표 역활을 했던 것이고 현재 이를 찾아서 다시 돌아오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자급자족 경제의 사회주의식 경제모델을 채택했던 인도는 1990년대부터 개혁을 단행하여 자본주의, 세계화에 편승한 경제 체제로 개편되어 발전을 구가하고 있다. 인도의 발전이 결코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인도의 발전에는 소수에게 집중되는 부의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를 겪고 있는 전세계의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인도도 그 체제안에 편입되어 급격히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는 전세계적인 하나의 현상으로 자본주의를 선택한 나라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세계화가 가지는 핵심 그리고 과정에서 대두되는 경쟁이라는 의미는 모든 행위에 대한 결과는 평가를 통해서 결과의 질을 평가 받는다. 경쟁의 결과는 효율을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는 경쟁이 수단이 아니라 최종 목적이 된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라나시는 서구적 삶의 형식적인 면들-명애, 부, 소유-로부터 벗어나 인도적인 삶의 직접적인 면-죽음-을 대면하게 한다. 이런 바라나시라도 영원히 과거의 흔적속에서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으며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대두되는 오염 문제만 해도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의 물결에서 필연적으로 보이는 자본주의의 과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인도가 가지는 전통의 방식에서 좀 더 유연한 관용과 상호존중 그리고 절대적 진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상대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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