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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6. 09:00 - 독거노인

<맏물이야기>


한동안 <심야식당> 드라마와 만화책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매니악틱하게 매달려 보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거의 보지 않는 만화책과 드라마를 시간을 들여서 챙겨 보았다. 간단히 끝나는 에피소드와 에피소드에 곁들여서 엮여져 나오는 음식들이 나름 시각적 자극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애잔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음식 뿐만 아니라 분명한 한일간의 문화적 차이를 건너 뛰어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흡입력이 존재한다. 


이런 <심야식당>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옮긴다면 어떨까. 내가 일본인도 아니고 딱히 일본의 호시절에 향수를 느낄 일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호시절이 타인에게도 아름답게 보이긴 마찮가지다. 왠지 에도 시대에 등장하는 후미진 식당 하나만으로 내 마음 속에 묻혀 있는 과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맏물 이야기>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수사물이라고 봐야 하지만 에도 시대의 문화 음식 이야기가 배경으로 깔려 있어서 에도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모시치라는 인물이 해결해야만 되는 사건들은 약간은 기괴하기도 하고 미스테리한 사건들이다. 사건이 접수되고 그 사건들을 설명하는 주위 상황들을 하나 하나 연결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진실을 맞이하게 되는데 모시치는 그런 연결 고리들을 자신의 직감과 오랜 경험에서 얻은 영감으로 사건들을 해결해 가는 것이다. 마치 에도판 셜록홈즈와 같은 느낌이다. 그가 이런 사건들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찾는 곳이 유부초밥을 파는 포장마차이다. 포장마차 주인은 미스테리한 과거를 가진 남자로서 그가 만들어 내는 음식은 초밥만이 아니라 그때 그때 계절에 맞는 음식들을 초밥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포장마차 주인은 모시치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에게 풀지 않는 사건들에 좋은 단초들을 음식들과 함께 제공하는 역활을 한다. 


책은 짧은 에피소드로 사건들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좋지만 번역이 좀 거슬리게 되어 있다. 글이 일본어를 직역한 것 같은 느낌으로 한국어로는 자연스럽게,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곳이 간혹 보인다. 시대물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번역이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 번역가가 그런 부분을 다듬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