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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30. 09:00 - 독거노인

<The Guide>


인도에서 철도는 매우 중요한 교통 수단이었고 지금도 이동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라주의 마을에 철도가 부설되면서 역이 생기고 그의 아버지가 장사를 하던 매점 앞에 철도역이 생김으로써 그의 인생에 새로운 좌표가 설정된다. 그것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던 우연히 던져진 운명에 의해서 그렇게 끌려 갔던 그에게는 커다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다. 


아버지의 매점을 물려 받으면서 기차역에서의 인생이 시작되었지만 그의 진정한 인생은 "철도역의 라주"로써 알려지면서 그 지역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의 가이드가 되면서 그의 인생은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가이드라는 자신의 역활을 굉장히 즐기는 것 같다. 그의 가이드로써 역활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보여줄려는 의지보다는 그들, 여행자들이 보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서 혹은 그들의 욕망에 맞춰서 그저 피상적으로 그 자신에게 이익이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는 여행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그들이 가진 돈에 맞춰서 그저 진행될 뿐이다. 그가 관계 맺는 모든 것들은 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부수적인 악세사리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그에게 부부가 찾아 온다. 남자는 마르코, 여자는 로지. 둘은 부부다. 남자는 고고학에 정신이 팔려 있으며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그들 부부를 안내하는 라주는 로지라는 여자에게 온통 정신을 잃고 만다. 인생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간절한 것이 생긴 것이다. 물론 전형적인 불륜 소설처럼 짧은 로맨틱한 순간이 등장한다. 그리고 로지는 남편에게 우발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누설하게 되고 버림을 받고 만다. 덕분에 라주에게는 아내가 생기지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말린다. 아마 전형적인 인도 시골 마을이었으면 그리고 소설이 쓰여진 시기를 고려한다면 로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해 죽음을 맞이했어야 옳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돌팔매질보다는 주위의 비난과 혐오속에서 고립되어 둘만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로지가 그토록 원하던 인도 전통 춤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부와 명예를 얻는다. 결국 라주는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로지의 가이드"가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가이드의 본성이 깨어나 로지가 그토록 원하던 실제 모습보다는 그저 가이드 생활 자체를 즐기며 그에게 들어오는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게 다일 뿐이다. 


소설은 잊혀진 마르코의 복수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아니 사실 마르코는 불륜을 저지른 자신의 아내를 조용히 잊고 용서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마치 통속적인 소설처럼 칼날을 갈며 복수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칼날이 향한 곳은 그들 부부를 파멸로 이끌었던 라주였다. 하지만 로지의 헌신 덕분에 최악의 순간은 면했지만 교도소에 2년을 복역하고 나온다. 그리고 우연히 어느 마을에서 스왐지로 통하여 정착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고 결국 원하지 않는 단식을 하며 비를 기원해야 되는 상황. 마치 우리나라 무당이 비를 기원하는 굿판을 벌이듯, 라주도 커다란 굿판 위에 올라가 춤을 춰야할 인생이 된 것이다. 그가 원한다면 그것을 그만둘 수 있었지 않을까, 왜 그들이 억지로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갔을까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결국 그 정신적 수행이 자신에게 꽤 잘 맞는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스스로 그들 위에 올라서 끝을 향해서 질주 한다. 진정 자신의 인생에서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진짜 가이드가 되어 자신의 등을 떠 밀었던 그들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어떤 방향을 확인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 그는 모두들에게 희망을 주고 떠나지만 그것이 신이 원하는 길이었을까. 아니 진정 신은 방만하게만 살아왔던 라주에게 진짜 가이드가 되라고 시련을 던져 준 것일까? 아니면 인생이란 원래 그렇게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맞는 것인가. 모든 인도인들은 자신이 은퇴 후 진정한 해탈을 찾아서 구루가 되기를 원한다지만 모두가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원하던 내용이 아니어서 영화는 싫어했다고 한다. 내용만 본다면 아주 전형적인 발리우드 무비로 만들기에 좋은 내용이다. 춤과 노래, 인생의 진정한 깨달음. 영화가 얼마나 화려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생각하지만 그런 정도까지 화려하지는 않았나보다. 아니 작가는 오히려 그런 화려함보다는 진정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인생의 깨달음이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실에 보이는 화려함 보다는 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더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지만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내면보다는 외면이 더 두텁게 자리 잡고 있으니까. 그 층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진정 구루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