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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1. 09:00 - 독거노인

< Cumin, Camels, and Caravans: A Spice Odyssey >


현재 경제적 의미로 "세계화"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지구적인 경제의 통합으로 가난한 나라든 부유한 나라든 하나의 글로벌화된 경제 구역으로 묶여서 더 이상 자본주의의 경제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 상황을 의미하는 "세계화"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좀 더 가까운 역사속에서 범지구적인 세계화 과정을 목격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사학적으로는 명확하게 그 선을 긋기가 쉽지 않다. 가장 먼 순간을 세계화의 시작으로 잡는다면 아마 신대륙의 발견으로 더 이상 한정된 구세계에 묶여서 한정된 자원만으로 살아가던 서구가 해방된 순간을 세계화의 기원으로 잡는 경향이 있지만 저자는 이런 경향에 대해서 과감하게 자신만의 생각을 내 놓고 그 증거를 찾아서 길을 나선다.


세계화에 향신료가 어떤 역활을 했을까 하는 생각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머리 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현대의 모든 음식에는 향신료가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누구나 자신이 가진 부에 상관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의 필수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향신료가 극히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고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만 전용되던 값 비싼 음식이었을 때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향신료를 이용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던 아랍과 유대인들을 생각하기 위해서 현대의 벤처 펀드를 비교하는게 아마 적당할 것인다(저자는 전세계의 곡물 가격을 자지우지 하는 현대의 거대 곡물 기업을 비교했지만).


향신료로 처음 중개 판매하면서 부를 축적했던 사막의 상인들은 어떻게 그 상품을 팔기 시작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척박했던 사막의 기후에서 찾는다. 다른 유복한 지역 - 나일강을 가진 고대 이집트나 막대한 부를 가졌던 로마 - 등에 비해서 자신들이 먹고 살 곡식조차 재배하기 힘들었던 사막의 기후를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찾아내야만 했던 상품이 향신료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향신료조차 극히 소량이었으므로 그들을 비싸게 팔기 위해서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매혹시킬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그들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파고 들어 시와 문학에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마 사막의 상인들이 가진 그런 묘사력과 상상력이 만들어내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가 "천일야화"일 것이다.


사막의 척박한 환경은 상품들을 팔기 위한 시장으로 향하는 기다란 카라반 행렬을 만들었고 시장에는 그 향신료를 비싸게 팔아 줄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전초기지로 만든 곳은 교역이 쉬운 항구가 아니라 내륙의 사막 한가운데인 오아시스가 많았다. 해안가의 시장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은 해적의 습격에 당하기 쉬웠으며 카라반 또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약탈이 용이하지 않은 내륙쪽에 향신료를 보관하는 전초기지를 건설하였던 것이다. 바닷가를 통해서 향신료는 팔려 나가고 부를 불러 들였다.


무슬림 예언자 무하마드는 어린 나이에 상인의 길로 뛰어 들어 상업적인 감각을 얻었고 후에 예언자로써 무슬림의 시조가 되었을 때도 상업적 배경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그 당시 많은 유대인들이 고리대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극히 혐오를 느꼈고(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고리대),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무슬림은 고리대를 금지 하였다. 그리고 그의 첫번째 부인이 상업적 성공을 기반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베푸는 호혜 정신에 동조하여 상업을 통해서 얻은 이익은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베풀어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무하메드의 뒤를 이어 아랍지역을 지배하게 된 이슬람은 타종교를 결코 탄압하지 않았으며 공존을 모색하였다. 그렇지만 그런 공존 가운데 상업으로 넘치게 되는 자원을 자신들의 빈약했던 과거의 주거지를 꾸미며 자신들의 허영을 과시하는 수준까지 이르자 결국 반란으로 몰락을 재촉하게 된다. 이때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로 탈출한 왕자가 그 화려함과 풍요의 자원을 물려 받아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는 데 성공한다. 덕분에 스페인은 불모지에 가까웠던 안달루시아에 화려한 문화가 꽃피게 된다.


역사는 구세계의 절망적 갈망으로 인해서 새로운 항해의 시대가 열리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그들은 자신만의 편견과 오만으로 무너지 안달루시아의 왕국에 남아 있던 무슬림과 유대인과 기타 민족들을 탄압하게 된다. 그들은 대항해 시대에 맞아 발견되어진 대륙으로 이민을 떠나는 자들 속에 동행하게 된다. 구세계는 자신들의 오만속에서 발견되어진 대륙으로부터의 모든 것을 찾지하고 그들만 누리고 싶어하지만,제국주의적 일방적인 억압과 탄압이 만들어낸  힘의 행사 속에서도 모든 분야에서 양방향적인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 영향 중에서도 음식의 제국주의 또한 다르지 않다. 신대륙이 발견되어짐으로써 그동안 구세계 안에서 머물던 향신료는 서로 교환되어 음식 문화 속에도 침투하게 된다.


세계화를 단순히 지리적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기 보다는 그토록 갈망하며 황금보다 비싸게 취급되었던 향신료가 낙타 등에 실려 사막을 건너 머나먼 곳으로 팔려갈 때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향신료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구분되던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 생산된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곳의 식탁 위에 놓이기 위해서 지구를 돌고 돌았던 것이다. 단순히 향신료만 여행을 한 것은 분명 아니다. 그 향신료가 전파되면서 문화도 같이 전파되고 음식도 같이 전파되었을 것이다. 현대의 지구화처럼 실시간으로 전지구적으로 동시화되어 일순간의 변화가 파장을 일으켜 그 파장이 완료되기도 전에 지구 반대편에서 맞파장이 일어날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분명 그 옛날 향신료의 영향도 기나긴 파도를 타고 어느 해안가에서 그 물결이 잦아 들기까지 긴 여행을 했을 것이다.


저자가 자신의 선대를 찾아, 뿌리를 찾아 떠난 여행으로써 그가 느끼는 애착 때문인지 향신료 무역의 중심 부분 서술 부분에서 인도와 동아시아의 역활에 대해서 거의 다루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중심적인 역활에 대해서도 서술 부분이 많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중국이 명나라 중기부터 대외 무역창구로서 해상 무역을 제한함으로써 가지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향신료 무역에서 중국의 역활에 대해서 극히 제한적으로 명나라 장혜 부분만 기술되고 만 것은 조금은 편향된 시각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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