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6. 2. 22. 09:00 - 독거노인

<White Mughals: Love and Betrayal in Eighteenth-Century India>


인도 하이데라바드는 다이아몬드가 생산됨으로써 상업적으로 번성하던 도시였다. 아랑제브가 데칸고원으로 진격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걸었으나, 인도의 무굴제국이 약화되고 서서히 몰락의 길로 들어섰을 때 역설적으로 다시 번성의 시대를 구가하던 곳이었다.


인도에 영국이 간섭을 시작하면서 그들의 세를 늘리기 시작했을 때, 영제국주의의 패권주의 시각에 익숙한 현대의 우리가 인식과는 대조적으로 문화적 상호절충주의가 만연했었다. 이런 문화적 혼성주의 혹은 절충주의적 모습은 영제국주의의 이중성-민족적, 윤리적, 종교적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분리의 당연한 귀결을 이끄는 시각은 다시금 조명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이 인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음식, 의복, 종교적 면에서 개종자들이 속출했고, 인도 무슬림으로써 살아갈 유인들 혹은 유혹(무슬림 용병으로써 익확천금의 기회)들이 많이 있었다. 동인도 회사의 관리들도 무슬림 의복과 음식 그리고 하렘을 유지하는 이들이 많았고 인도 배후자에게 유산 상속을 유언한 유언장도 많이 남아 있다.


무슬림 문화에 분위기에 호의적이던 분위기는 18세기말부터 급격히 경직되기 시작하였고 인종 차별과 종교적 획일주의가 확산되기 시작하여 인도 독립싯점까지 유지된다. 이런 경직적 분위기를 유발시킨 결정적 인물은 동인도 회사의 수장으로 임명된 Richard Wellesley였다. 그는 프랑스에 대한 혐오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인도의 문화와 인종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유지하였는데, 그가 동인도 회사에 임명되어 가던 중 중간 기착지인 희망봉에서 인도에 대한 편향된 정보들을 획득함으로써 그의 편견적 시각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당시의 영국으로서는 프랑스 나폴레옹이 이집트로 진격하고 있었으며 그는 이집트를 정복하고 육로로 인도로 진격하겠다는 야망을 들어낸다. 이에 동인도 회사에 있던 영국인들은 인도를 아직 완전하게 자신들의 손에 넣지 못한 상태에서 프랑스 군의 진격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었으며 인도 내에 있는 프랑스 참모들의 의중과 그들을 몰아내고 인도 각 지역의 군주들을 자신들의 요구에 승복하는 꼭두각시로 만들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슬림 문화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던 James Kirkpatrick은 약탈적으로 인도를 집어 삼킬려는 동인도 회사의 정책에 어쩔 수 없지 따르지만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상호절충적 문화와 인종에 관대한 것은 지배계급 혹은 관료들과의 친분에서 들어났지만 영국인들이 가진 평소의 하급민에 대한 편견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8세기까지의 절충주의적, 혼성적 영향에 가장 표면에 노출되어 있었던 James Kirkpatrick은 무슬림 문화와 언어(우루드어)에 익숙하였을 뿐만 아니라 깊이 심취해 있었다. 그는 의복에서도 무슬림 양식을 그대로 따랐으며 그가 주재한 하이데라바드에서 궁중의 고위 관료들과 군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들과 문화적으로 교류를 하였다. 그 덕분에 가장 로맨틱하고 위험했던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Khair un-Nissan과 염문을 일으키며 당시 캘커타의 영국 관료들 입에도 오르내릴 문제의 인물로 등장한다. 저자가 그의 염문을 추적한 것은 현재 남아 있는 James의 편지 서신과 문헌을 통해서 그 과정을 추적한다. 덕분에 의문으로 남는 부분이 Khair의 어머니와 할머니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여 이런 로맨스를 만들어냈는지 아니면 Khair 스스로 승인한 사랑 이야기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들은 결혼을 했고 실제 행복한 한때를 누린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James가 무슬림 문화 양식에 따라서 그녀를 받아 들였고 그 과정이 결코 녹녹치 않았다. 동인도 회사에서는 그의 염문에 우려를 표방하면서 비밀 조사를 하였고 하이데라바드의 궁중에서는 그가 일으킨 염문을 이용해서 그의 영향력을 배제할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시련은 어떤 시기적 운과 요행이 겹치면서(물론 James는 하이데라바드의 재상이었으며 친영파였던 Aristu Jah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조건으로) 위기를 벗어나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James의 행복했던 시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의 친무슬림적 성향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총독 Richard Wellesley의 교체에 따라 그에게 호감을 가진 동인도 총독으로 부임함으로써 그에게 조언을 주기 위해서 캘커타로 향하던 도중 그는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물론 미망인으로 남은 그의 부인은 다시 한번 영국 관료와 새로운 사랑을 가질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영국 관료의 배신으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그녀가 죽은 나이는 27살이다. 그녀의 아이들은 James의 결정에 따라 인종적 편견이 심화되고 있던 인도를 떠나서 영국으로 건너갔으며 그곳에서 전혀 낯설은 환경에 적응하며 결국 그들만의 삶속에 묻히고 Khair와는 다시 볼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그들은 사랑은 어느 누구보다 절실했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역사의 미묘한 흔적 속에 묻히고 만 것이다. 이런 사랑의 결말은 한 시대의 결말(문화적, 인종적 편견의 시대로 전환)을 암시하면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의 기억>  (0) 2016.03.02
<Brooklyn>  (0) 2016.02.29
<청년, 난민 되다>  (0) 2016.02.11
< We Were the Mulvaneys >  (1) 2016.01.25
<백석의 맛>  (0) 201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