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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12. 09:57 - 독거노인

<동아시아 철도네트워크의 역사와 정치경제학 I>



철의 실크로드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혹시 헛소문이 아닌가 하는 반신반의의 상태에 있었는데,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보니 이 책이 걸렸다. 철의 실크로드, 유럽과 아시아가 하나의 철도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차를 타면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내릴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행복한 여행일까 하는 꿈을 꿔본다. 이런한 구상이 이미 많이 진전된 상태에 있다고 한다. 문제는 MB정책 덕분에 아마 이 계획이 십년은 후퇴했을거라고 예상되지만.

 책을 읽기 전에는 일반적인 역사책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역사 연구 중심의 논문 모음집이다. 물론 철도를 중심으로 치열했던 열강들의 철도 쟁탈전이야기이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뼈 아픈 시기이기 때문에 주변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있었는지가 또한 중요한 시기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있어서 철도를 중심으로 서구 열강들의 이해와 대립이 잘 묘사되어 있다. 

러시아가 크림전쟁의 패배로 유럽에서 남진이 실패하자 그 탈출구를 결국 아시아에서 찾게 되는데, 그 마지막 종착지가 우리나라였고, 일본은 대륙으로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우리나라였다. 이 두 열강이 결국이 상충되는 이해관계로 전쟁으로 이어지고, 이 전쟁의 결과로 일본은 서구 열강의 하나로 편입하게 되는 발판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두 열강이 무엇을 중심으로 세력을 다투었냐인데, 철도가 그 핵심에 있다. 제국주의의 침탈의 핵심은 철로를 따라 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 오랜 종주국으로 자임하던 청국은 서구 열강에 이미 여기저기 뜯겨서 앙상한 골격만 남아 있던 상태에서 청조의 몰락으로 인한 군벌의 등장,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한 서구 열강들의 강탈로 잔해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러시아는 남하를 쉽게 할 수 있었고 만주는 러시아와 일본의 세력 다툼장이 된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이 논문들의 주요 요지인데, 여기에 철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해중심이 많이 기술되고 있다. 덕분에 19세기의 우리나라 주변 정세와 세력 다툼에 대한 배경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교과서에 단순히 기술되어 있는 암기식 역사가 아니라 주변정세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힘의 권력에 대한 이해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을 읽다보니 2권을 읽을 생각이 안난다. 페이지수는 많지만 그리 어렵게 읽지 않았는데, 그 분량에서 쉽게 질려 버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