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라서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평이 워낙 좋아서 혹시나 하는 맘으로 영화를 봤다. 일단 평하고 나의 감정하고는 평행선을 긋고 있는게 확실했다. 영화를 보고 옆사람들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자리를 일어섰지만 나는 그저 아무 감정 없이 훌훌 털고 자리를 일어 섰다.
내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감수성이 같이 동화되지 못해서일까. 나는 오히려 인간이 가지는 노동의 조건에 화가 난다. 소는 다 늙어서 그 기력을 잃었고 주인도 소처럼 기력이 없는데 노동을 해야 한다. 그것도 지독한 육체 노동을.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먹는 먹거리는 농약과 기계에 의해서 철저하게 망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육체 노동으로 만든 벼는 논우렁이 살정도로 깨끗하지만 이를 배반하면 바로 생명들은 사라져 버린다.
인간이 이런 지독한 고통의 노동을 벗어나는 순간이 비로서 죽음을 맞이할 때이다. 물론 여기서는 인간이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고 소라는 육체노동의 보조 생명체가 죽는 장면이 나올뿐이다.
참으로 허하면서 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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