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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15. 09:00 - 독거노인

<제국 그 사이의 한국>



이 책을 읽기전에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 책을 잡았다. 내가 근대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근대사는 도저히 잡히질 않는다. 다른 나라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볼 자신도 없고 이미 내가 체화하고 있는 시각자체가 상당히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비뚤어진 시선에 좀더 객관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서술한 한국 근대사인 만큼 좀 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맘이었다.

이 책은 1895년부터 1910년 사이의 한국 근대사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민족주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 주제가 어떻게 탐구되고 확장, 변형되었는지를 근대시기의 신문들과 주유 역사학자들의 글을 통해서 재조명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봉건시대가 막을 내리고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대두되었던 민족주의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외압에 의해서 급격하게 사회적 격변을 통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급격한 형성 과정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을 기반으로 자립적 민족주의 기반을 닦으려 했지만 오히려 일본 식민주의 정책의 한 수단으로써 이용 당하고 자기 정당성을 잃고 만다. 결국 이런 식민지 사관으로부터 도망치려 또 다른 급격한 변신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미 탄생한 이란성 쌍둥이의 실체는 서로를 부정할 수 없는 동일한 부모를 갖고 만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만든 사대주의 사상 자체가 민족주의자들이 조선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유교문화의 폐단을 외치던 계몽주의의 뿌리와 같은 괘에 일치하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민족이라는 단어를 집어들고 영토보다는 혼 혹은 한으로 묘사되는 정신적 가치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는데 여기에 기자와 단군이 이용된다. 하지만 기자는 중국으로부터 연휴한다는 이유 때문에 단군의 신화가 차용되고 백두산이 신성시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에 우뚝선 민족사학자가 신채호다. 이 신채호가 확립한 민족주의 기반이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 역사 연구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을듯하다.

현실의 한국은 제국 사이의 한국만큼이나 녹녹치 않다. 현재 인문학계 자체가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연구 기금을 받지 못해서 손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하지만 뉴라이트의 안병직은 도요타재단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조선시대를 연구하고 책으로 엮어냈다. 그는 순수 학문 연구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게 어디 순수하게 쳐다볼 수 있는 문제인가. 이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의 공조관계에 있고 이 정체 불명의 단체는 문어발처럼 끊임없이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시절이다. 정말로 이 정권이 끝날때쯤이면 이미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 않았는가 우울한 역사는 피할길이 없고 현실은 그 어두운 부분을 답습하고 있으니 답답함을 금할길이 없다. 정말 이 정권이 끝나고 백색테러의 후폭풍이 몰아치지 않을까? 아니면 홍위병식의 무분별한 숙청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후폭풍이 불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 .

구시대의 유령처럼 달라붙는 중국을 몰아내기 위해서 노력했던 민족주의 운동은 시대를 따라 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것이 최신이고 최첨단이라는 사상을 가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모습은 한민족이 아니랄까봐 과거의 유물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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